경제민주화 공약, 대국민 사기극인가

위평량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작성일시: 작성일2013-03-19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당선되었고 정권을 재창출하였다. 그러나 3월1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관한 ‘징벌적 손해배상 공청회’에서 나온 얘기는 대선 전 새누리당 입장과는 전혀 달라 경제민주화 공약이 사기가 아니었나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이 제도 도입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행동에 옮긴 것은 4·11총선 이후인 지난해 5월30일이다. 진영·박근혜·이한구 의원 등 30명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및 하도급대금 부당 감액에 대해서 10배 이내의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7월6일 같은 당 이현재 의원 등 24명이 동참한 개정안도 손해배상 책임범위를 서면계약서 미교부로 확대했다. 곧 박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 54명의 의원이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다.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 필자는 박 대통령의 초기 경제민주화 공약이 국정과제에서 대폭 후퇴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최종 공약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함께 “비정규직 차별 회사에 대한 징벌적 금전보상제도 적용”과 “반복해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140개 국정과제에서는 또다시 후퇴하여 하도급법의 부당 단가인하, 발주 취소, 반품에 한정하고 만 것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새누리당의 한 흐름은 그냥 지켜보는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 도입에 신중하자는 것이지만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보였다. 신중론을 편 대표적 의원으로는 인수위원회에서 맹활약한 것으로 알려진 강석훈 의원과 2월19일 추가적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여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진 김용태 의원 등이다.


특히 강 의원은 실증분석 등 과학적 분석을 더 할 필요가 있다는 매우 의미 있는 주장을 하였다. 필자도 실증분석의 필요성과 중요성 때문에 그간 각종 간접 데이터를 동원해 분석을 시도하였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석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움켜쥐고 공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2011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해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했으나 공정위가 항소하여 소송이 진행중이다.


다른 한편으로 법·제도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성과 변화에 대한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를 밝히는 실증연구는 우리나라처럼 부족한 정보가 왜곡된 채 주어지는 상황에서는 극히 제한적이고 신뢰성 또한 크게 떨어진다. 나아가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하도급기업이 대기업·원사업자의 각종 불공정행위를 공정위 등에 제소하는 순간 거래 단절 등 각종 보복조처가 뒤따르는 상황이므로 직접적인 데이터를 구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이러한 정황을 합리적 경제학자로 평가되었던 강 의원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 등은 손해배상액을 10배로 제시하였으나 포퓰리즘적이라고 판단되며, 3배로 하되 하도급법 위반 12개 항목과 특히 대통령이 약속한 공정거래법 등으로 확대 도입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국회의원이 입법기관으로서 법안을 심의하는 것은 마땅하고 권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오랜 기간 논의되었고 수많은 전문가들과 현장에서 요구해 왔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 모두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려면 부족한 공약이라도 충실히 이행하는 것 말고는 없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3월 19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