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최회장 실형,사법부 변화? 아직1심일뿐!

이지수 |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 미국변호사   작성일시: 작성일2013-02-12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회사 자금 460여 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얼마 전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재판부가 줄줄이 실형을 선고했다. 국민들은 엄청난 금액의 기업비리를 보면서 놀라고 또 허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이제는 변하는가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함께 불어 닥친 기업비리에 대한 재판부의 추상과 같은 법집행이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인가? 경제민주화 바람이 재계에게는 태풍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인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최태원 회장이 법정구속 되자마자 전경련이나 대한상의는 또다시 엄살을 부리는 보도자료들을 쏟아내고 있다. 내용은 한마디로 “경제 여건이 안 좋으니 또 한 번만 잘 봐 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 관련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재계는 선처를 요구했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검찰은 불구속 수사를 하거나 구형을 낮춰주고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때로는 1심 재판부가 엄한 처벌을 내리고 각본이라도 짠 듯 항소심에서 감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최태원 회장의 경우도 물러난 검찰총장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거나 구형량을 낮추라고 하는 등 과거의 못된 습관이 그대로 드러냈다. 재판부 역시 대법원이 제시한 양형기준에 비추어 볼 때 최소형량을 선고했다. 거액의 배임이나 횡령 사건이 터져도 기업이나 재계는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선처할 것을 요구했고 사법부는 이를 수용하며 그럴싸한 법논리를 내세웠다. 이유는 늘 뻔했다.


한 번만 봐주면 변하고 더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기업 총수들의 경영행태는 지금이나 20년 전이나 변한 것이 없다. 회사 자금을 자기 호주머니 돈 주무르듯 하는 버릇은 처음부터 봐줘서는 안 될 일이었는데 봐 줘도 너무 봐줬다. 가족이나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을 서슴없이 해도 늘 용서가 되곤 했다. 분식회계 및 배임 등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지 10년도 안 돼 또 횡령을 저질렀다. 또 무엇을 얼마나 더 봐 달라는 것인가?


최근 재판부가 대기업 총수를 엄벌에 처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한마디로 의외라는 반응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어기고 벌을 받았는데 그것이 의외란다.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대기업 총수들이 감옥에 가는 것이 이상하고 새로운가 보다. 한참 잘못된 관행이고 하루 빨리 떨쳐야 할 악습이다. 스캔들로 대기업 회장이 25년을 선고 받았다고 하면 먼 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이제는 우리도 변하는 것인가?
  
우리나라 사법부 전체가 진정으로 변했는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야 겨우 1심 재판부의 선고일 뿐이다. 아직 2심도 남아 있고 3심도 남아 있다. 대법원까지 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희망하는 사람도 있다.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사법시스템을 바로 잡기 위해 걱정해야 할 일이 또 생겼다. 사법부가 제아무리 용기 내어 실형을 선고하고 엄벌에 처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형기의 반도 못 채운 사람을 자기 사람이라는 이유로 또 특별사면을 해 버리면 국민은 허망해진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는 사법부의 결정을 뒤엎을만한 정당성이 부여되었을 때 국민들은 비로소 수긍을 하게 된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라는 식의 이유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국격은 오렌지를 오우렌지로 발음한다고 변하는 것도 아니고 구호로만 외친다고 오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가의 사법시스템 하나하나를 바로 잡아 나아갈 때 우리나라의 국격은 한계단씩 오를 것이다. 지나간 5년을 끄집어내어 아픈 상처를 되뇌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5년이다.


* 이 글은 미디어오늘 2월 12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