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무엇이 불편해 '보이콧' 했을까?

김상조 |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12-08-29   

삼성은 '게임의 규칙' 바꾸려는 태도 버려야

지난 28일(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실천모임) 주최의 공청회가 열렸다. 금산분리 강화 방안이 그 주제다. 나는 토론자로 그 공청회에 참여했다.

그런데 재계 측, 즉 금산분리에 반대하는 측의 토론자 3명 중 2명이 불참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반쪽짜리'라며 공청회의 의미 자체를 평가절하 하는 보도가 일부 언론의 지면을 채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이번 사태는 '재계의 보이콧'이 아니라 '삼성의 보이콧'이다. 실천모임의 최종안이 어떤 내용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어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발제한 내용만 본다면, '재계 전체'가 공청회를 보이콧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일부 재벌에게는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중간금융지주회사 방안, 후술 참조)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공청회 기획안의 토론자 구성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을 제외한다면, 3 대 3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더구나 재계 측 토론자 중 한 분은 대학으로 가기 전에 삼성생명 산하의 연구소에서 근무했었다. 토론자 구성의 불공정을 이유로 보이콧 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이 공청회를 반쪽으로 만들어야 할 만큼 삼성을 불편하게 만든 내용은 무엇이었나.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유일한 재계 측 토론자로 참여했던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도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찬성 원칙을 천명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준 심리적 충격에 대한 술회까지 포함해서….


결국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 문제가 남고, 그 핵심에는 삼성의 문제가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다. 즉 이재용 사장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소유구조⋅승계구도의 문제다. 실천모임의 초안에 이 부분을 건드리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두 가지다.


첫째, 중간금융지주회사 방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이 규제를 완화하여 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금융자회사의 수와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반드시 중간금융지주회사 산하에 이들을 배치토록 함으로써 산업과 금융 사이에 방화벽(firewall)을 쌓도록 하자는 것이 실천모임의 방안이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이 방안은 지난 18대 국회 때 내가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성⋅반대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내가 존경하는 홍익대 전성인 교수가 이 방안에 반대한다. 물론 전성인 교수는 내가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 잘 알고 있고, 나 역시 전성인 교수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오늘 이 글에서는 나의 입장을 시시콜콜 부연하지는 않겠다. 그 세부 내용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토론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방안은 다수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고, 그래서 그 재벌들에게는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물론 삼성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동시에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삼성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삼성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현 상태 그대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로비해 왔다. 실천모임의 중간지주회사 방안에서는, 따라서 내가 제안했던 방안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출자고리를 끊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삼성은 이게 싫은 것이다. 그래서 보이콧 한 것이다.


둘째, 의결권 제한 강화 방안이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의 경우,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에서는 합병 등 경영권 변동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지분율 15%까지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실천모임의 초안에서는 이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토론자들의 의견을 구한 것이다.


이 규제의 역사 또한 파란만장하다. 애초는 의결권 행사 금지였다. 그런데 2001년 법 개정으로 내부지분율 30%까지 허용했다가, 2004년에 현재의 15%로 축소된 것이다. 2004년 법 개정에 대해 삼성이 이례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정도로 삼성에게는 민감한 사안이고,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삼성만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의결권 행사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콧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와 관련한 실천모임의 상기 두 가지 방안이 어떤 형태로든 입법이 되면, 이재용 사장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의 골간이 흔들린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도, 현재의 재벌구조로 남아 있어도,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반복하지만, 그래서 삼성은 이날 공청회를 보이콧 한 것이다.


필자의 간단한 소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그룹들의 이익도 무시한 채, '삼성의 보이콧'을 '재계의 보이콧'으로 만들어가는 삼성의 힘을 보면서 왜 재벌개혁이 어려운지를 절감했다. 자신의 현 출자구조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법을 만들어줄 때까지 버티고 로비하겠다는 삼성의 의도를 보면서, 왜 재벌개혁을 꼭 이루어야 하는지 재삼 확인했다. 삼성은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을 바꾸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사회가 정한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그게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요체다. 그게 삼성도 살고 국민경제도 사는 길이다.


* 이 글은 프레시안 8월 29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