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개인별 보수공시는 당연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09-05-22   
지난 3월 의원 발의된 법률개정안 가운데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개정안이 있다. 주권상장법인에 대해 임원보수 총액만을 공시토록 하고 있는 현행법을 고쳐 임원별 지급금액을 공시토록 하자는 개정안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임원보수가 경악할 만큼의 높은 수준도 아니고, 사회문제로 비화된 적도 없어 이런 법 개정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두 가지 점에서 지금이 오히려 임원별 보수공시제도 도입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먼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정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기다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둘째, 앞으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임원보수는 계속 올라갈 텐데 보수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임원별 보수공시제도 도입에 대한 재계의 반발 또한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임원별 보수공시만으로는 법 개정의 기본 취지를 달성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는 임원보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다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이 장기성과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임원보수가 과연 충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지급되는 임원보수뿐 아니라 기업이 사전적으로 설정한 장기성과목표도 함께 공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후자인 장기성과목표가 공시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재계는 현재의 반쪽짜리 개정안에 대해서조차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고 있다. 재계가 반론하는 여러 가지 반대 논거들을 알아보고 과연 이들 주장이 논리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짚어보자.

반론의 첫 번째 근거는 우리나라처럼 이사회가 사전에 임원보수 한도에 대해 주주총회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가에서는 사후적인 임원보수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보수 책정의 주체, 기준, 절차 등을 정한 기업의 보수정책이 사전에 공시되고 이에 대한 정보에 입각해서 임원보수 한도가 주주총회에서 논의된다면 타당한 논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둘째, 임원별로 보수가 공시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와 충돌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반대만을 위한 반대 논거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임원이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부여받는 경우에는 현행법에서도 그 상세한 내역이 개인별로 공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사의 경우 이사와 구분해서 보수지급내역이 공시되는데 통상 감사는 회사당 1인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개인별 보수가 이미 공시된 셈이다. 재계의 논리대로라면 프라이버시 문제는 이미 발생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반대 논거라 할 수 없겠다. 더욱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어느 나라보다도 귀중히 여기는 미국과 영국에서조차도 오래전부터 임원별 보수를 공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임원별로 보수가 공시되면 직장 내 위화감이 조성되고 노사갈등이 일어나며, 이를 의식한 나머지 임원보수가 하향 평준화돼 결국 경영자의 근로 의욕이 감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먼저, 현행법에서도 집행임원에게 지급되는 평균보수는 공시되고 있고 이 공시로 임·직원 간 보수 격차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재계의 논리대로라면 평균보수가 높은 기업의 경우 이미 직장 내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노사갈등이 문제됐어야 하는데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또, 임원별 보수지급내역만을 공시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성과목표 등 그 지급 근거도 함께 사전적으로 명백히 공시한다면 앞서 제기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높은 보수를 지급하더라도 높은 성과에 대한 보상일 뿐이므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화된 공시로 장기성과와 보수 간 연계가 강화된다면 전문경영인들의 근로 의욕은 감퇴되지 않고 오히려 증진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 이 글은 매경이코노미(2009년 5월 20일)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