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인가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09-04-22   
지난 3월 초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던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들이 다시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금산분리 완화의 핵심은 세 가지다. 은행법을 개정해서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소유지분한도를 4%에서 10%로 올려주고, 산업자본이 30% 이내로 출자한 사모투자펀드에 대해서는 은행 소유와 관련해서 산업자본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서 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뿐 아니라 비금융회사까지도 지배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과 학계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은행을 재벌에 넘겨주는 법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너무 엄격한 우리의 은행소유 제한을 소폭 완화하고 은행에 대한 자본참여자의 범위를 넓혀 은행자본 확충을 꾀하는 것이 이번 은행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역설하고 있지만 크게 호소력은 없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개정안을 소유지분한도 완전철폐 이전에 거치는 사전정지작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와 관련해서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실증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찬반양론이 항상 평행선만을 그었던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벌의 은행소유와 관련된 실증분석 논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올해 초 미국재무학회에서 가족경영은행에 대한 실증분석 논문이 발표됐다. 재벌소유은행은 결국 가족경영은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44개국 318개 은행을 표본으로 국가별로 가족경영은행, 정부소유은행, 그리고 독립은행의 비중을 계산하고 가족경영은행의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자원배분 효율성, 경제성장, 부의 분배 등이 어떻게 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가족경영은행 비중이 높을수록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부실대출 비중이 올라가며, 경제성장률과 총요소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성장률의 변동성과 은행위기 발생 빈도가 높아지며, 소득 불균형과 경제력 집중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본 논문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정부는 절대 추진하지 말아야 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들은 이런 분석 결과가 기득권층에 의한 금융시스템 포섭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성공한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관료와 정치인들을 이용해 금융시스템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들은 가족경영은행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회사 설립에 소요되는 절차, 시간,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점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의 이런 주장은 미국 학계에서 최근 상당한 동조를 얻고 있다.

2004년 출간돼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던 라잔과 징갈레스의 저서 ‘시장경제의 미래(Saving Capitalism from Capitalist)’도 자본주의가 온전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이 기득권층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주장들은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이 결국 창조적 파괴의 과정에 있다고 갈파한 조셉 슘페터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주장들에 입각한 비판에 대해 정부는 물론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고 자위할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거나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득권층에 의한 금융시스템 포섭론’을 정태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포섭론은 기득권층이 관료와 정치인들을 통해 얼마든지 금융시스템 지배와 관련된 제도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만을 초래할까 심히 걱정이다.

* 이 글은 매경이코노미(2009년 4월 22일)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