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나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10-02-03   

금융감독 당국과 KB금융지주회사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월 18일 은행권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이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됐다. 새로 마련된 모범규준에는 최고경영자의 이사회 의장 겸임불가, 사외이사의 결격요건 강화, 사외이사의 임기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대체로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개선안들은 대부분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 간의 관계만을 새로 규율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과연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 간의 유착관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외이사제도 문제점의 핵심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공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은 지배주주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르다. 재벌기업의 경우 지배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 결여가 문제된다. 하지만 민영화기업 또는 은행권의 경우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와 밀착해서 견제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는 것이 문제된다. 문제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그 해법은 동일하다. 사외이사에 대한 외부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는 것이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사외이사들을 선임하고, 평가하며, 해임한다면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은 저절로 따라온다. 반대로 외부의 소액주주들의 손발이 묶여 있다면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은행권은 오히려 금융감독 당국 개입만 계속 초래할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이뤄진 기업지배구조 개혁으로 외부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아직도 외부 소액주주들이 이사를 실질적으로 선임하고 해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몇 가지 제도 개선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사 선임과정에서 위임장대결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주주총회 소집통지기간을 최소 2주에서 3주로 늘려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위임장을 제출한 후 기다려야 하는 대기기간이 무려 5영업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주 동안의 주주총회 소집통지기간은 결국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고작 1주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은행권과 같이 적대적 인수가 불가능한 산업에서는 위임장대결을 통한 사외이사 견제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소액주주들이 최소 1명의 이사라도 쉽게 선임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7.4%의 상장회사만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은행권과 같이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에서는 집중투표제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할 수 있으나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집단이 존재하는 한 집중투표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사내이사들의 임기도 모두 1년으로 단축해 매년 주주들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임기와 재직기간은 다른 개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임기가 비록 1년이더라도 회사에 특별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면 연임될 것이고 얼마든지 오랫동안 재직할 수 있다. 임기가 1년으로 단축되면 시차임기제 문제가 자동적으로 사라지고 집중투표제의 효과는 극대화 된다.


넷째, 상법개정으로 허용된 전자투표를 선택사항이 아니라 강제사항으로 바꿔 의무화해야 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대부분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전자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결국 한 개 회사의 주주총회에만 참석하든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인을 선임하라는 것이다.

주주에 의한 사외이사 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자투표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외이사는 주주들로부터 가장 비독립적(Dependent)일 때 경영진으로부터 가장 독립적(Independent)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이글은 매경이코노미(2010년 2월 3일자)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