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위가 해야 할 일, 말아야 할 일

최한수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1-05-17   

문재인 정부 4년간 부동산 정책의 평가와 재검토를 진행할 민주당의 부동산 특위가 지난주 출범했다. 정권 말기에, 선거 패배를 계기로 만들어진 단기 특위에서 구체적 공급계획이나 파격적 규제 조정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위의 역할은 중앙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투자자의 기대를 바꾸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당의 부동산 정책 전환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즉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예컨대 특위는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법인에 대한 세제와 금융 규제, 재건축 정책을 손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은 ‘무주택자나 1가구1주택자’의 시각에 따라 진단되고 수정될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먼저 4년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세율 인상과 규제 강화를 통해 (투기) 수요를 줄여 가격을 잡겠다는 시도는 주택시장,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장에서 ‘거래량 감소-가격 상승’이란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편익은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낮을수록 증가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4년의 부동산 시장은 사람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준 셈이다. 그것이 표출된 게 지난 서울시장 선거였다. 의도는 선했다거나 이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니 밀려서는 안 된다는 태도는 수도권 30~40대의 이탈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사과와 반성보다 더 필요한 것은 방향 전환이다.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란 시각에서 벗어나 ‘가격변동 최소화-거래량 확대’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남지역의 그린벨트나 용산공원 개발과 같은 ‘파격적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 그린벨트 개발 지역을 공공 임대와 분양 방식을 통해 개발하여 서울지역의 주택공급을 늘린 엠비(MB)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서민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가치의 하나로 삼아온 민주당이 못 할 이유가 무엇인가. 강남과 그린벨트, 303만㎡ 용산공원의 일부분을 공공 주도로 개발하여 공공 임대와 소형 아파트는 물론 30~40대가 요구하는 중형 아파트도 제공하겠다는 정도의 계획을 통해 시장참여자들의 내집마련에 대한 비관적 기대를 변화시켜내야 한다. 이것이 서울지역에서 작년과 같은 ‘패닉바잉’의 재현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다른 이슈는 종부세이다. ‘다주택 가구의 종부세는 현행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1가구1주택자 종부세 조정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가지 도그마를 넘어야 한다. 먼저 종부세를 가격안정화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무주택자의 수요 억제나 1가구1주택자의 주택 처분 효과는 미약하다. 정말로 세후수익률을 낮추어 ‘투기 수요’를 줄이고 싶다면 ‘1가구1주택 양도세 면제’를 손봐야 한다. 따라서 ‘1가구1주택자의 종부세 조정’을 안정화 정책의 후퇴라 인식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 종부세 조정이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상’ 원칙에 반한다는 도그마이다. 그런가. 앞으로 주택가격의 상승과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해 주택분 종부세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주택분 종부세는 약 9500억원 수준인데 연 2%의 주택가격 상승을 가정하고 현행 스케줄대로 진행할 경우 5년 뒤 추계된 종부세는 현재보다 3~4배 증가한다. 따라서 1가구1주택자 세 조정을 하더라도 보유세 강화 원칙이 크게 훼손되진 않는다.


현행 종부세는 가격과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누진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종부세가 가격안정화의 수단이 아니라 자산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 수단이거나 고가주택 혹은 다주택 소유를 억제하기 위한 징벌적 과세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는 상위 1% 수준에서 논의될 문제이다. 문제는 서울의 중위 아파트 가격이 11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중위 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자산의 재분배나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상속세를 폐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세금이 중산층이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는 종부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과표구간 혹은 세율 조정을 통해 종부세 대상자를 최상위 자산소득자와 다주택자로 한정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후퇴와 상관없다. 마지막으로 특위의 활동에 당의 대선후보들도 입장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 특위의 입장은 사람들에게는 선거 정책으로 이해될 것이고, 막상 선거 국면 땐 수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5월 17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