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닛 옐런이 좋다

이창민 |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12-08   

미국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이 지명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2014~2018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 그리고 이제 재무장관이다. 주요직 3관왕이다. 유리천장을 부순 성공담을 얘기하자는 건 아니다. 이 정도면 부순 게 아니라 씹어 먹은 것이고, 이런 경우가 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옐런을 다른 각도에서 응원한다. 따뜻하지만 용기 있어 보인다. 또 코로나 시대에 새 경제 정책을 보여줄 거 같다. 그런데 우리를 돌아보면 아쉽다.


해외 언론이 그에 대해 다룬 내용을 좀 살펴보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재닛 옐런은 누구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그의 경력, 과거의 발언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1971년 예일대에서 경제학박사를 받았는데 동기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조교수를 역임했는데 거기서도 유일한 여성 교수였으며 그 당시 매우 외로웠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테뉴어(교수 종신재직권)를 받지 못했다. 주목할 만한 건 최근 행보다. 전미경제학회 회장으로서 경제학계에 여성과 소수에 대한 광범위한 차별을 이슈화시키고 변화를 촉구했다. 그의 나이 74세다. 아무리 젊은 시절 차별을 당했다지만 한국에서 초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는 볼 수 없는 공감능력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과거는 싹 잊는 게 우리 사회 아닌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그를 지지한다. 옐런은 경제학이 감정의 동물인 사람에 대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 내에서 그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매파’가 아니라 불경기와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비둘기파’였다. 그 이유를 그의 연구에서 찾는다. 1980년대 초합리적인 계산기계 경제학이 지배할 때, 그는 사람들은 멍청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직관을 제시했다. 결국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현실적 관점이 정책담당자로서 그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연준 의장 재임 당시 실업률 6.7%로 시작해 4.1%로 마쳤다.


옐런은 자신을 “실용적인, 정책에 전문성을 가진 주류 경제학자”라고 소개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경제학자들이 인터뷰할 때 쓰는 말은 비슷하다. 그러나 옐런과 우리는 차이가 커 보인다. 그는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이다. 올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2800달러, 민주당에 2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이론과 실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철학이 분명하다. 정책의 최종 목표는 생산과 고용이어야 하며, 불황의 최대 희생자는 저소득층이다. 탄소세와 약자에 대한 차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슈를 주도한다. 장삼이사 누구나 다 하는 정권 비판이나 하면서 용감한 지식인인 줄 착각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립적·합리적인 척하며 입을 다무는 게 한국 주류이다. 그리고 내놓는 대안이라는 게 ‘시장에 맡기라’이다.


그는 연준 의장 시절 초대형 은행 중 하나인 웰스 파고에 대해 소비자 기만, 내부 통제 미비 등을 이유로 자산취득 제한, 이사 교체라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그를 대학원에서 가르쳤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그녀는 월가와 맞설 의지가 있으며, 시장의 셀프 규제라는 마술을 믿지 않는다”라고 묘사했다. 왜 한국에는 이 마술을 믿는 경제학자가 이렇게 많을까? 실제 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는 바닥인 사회에서 말이다. 그들의 이론에서 재벌 총수는 도덕적 해이가 없고, 스스로 반성도 잘한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참 기묘한 이론이다.


​* 이 글은 국민일보 12월 8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