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과 상속세

이총희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회계사   작성일시: 작성일2020-11-17   

회계감사를 하며 만나본 회사의 경영진은, 청년들이 노력을 하지 않음을 한탄한다. 또한 저출산을 걱정하며 젊은 사람들이 자기만 알고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들도 빠짐없이 한다. 나 역시 이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생각은 이러한 청년들의 모습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시장은 합리적이니 시장에 맡기라고 하는데, 냉혹한 시장의 논리에 따른 젊은이들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이 N포인 것이 현실이다. 왜 포기할까? 그것은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상속세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회장님의 상속세를 걱정하며, 상속세가 악법이라고 한다. 오롯이 경제 활력을 위해 이런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줄이자는 생각이 담겨 있다. 남의 자식들에겐 노력하라 하면서, 내 자식에게는 노력이 필요 없는 세상을 물려주고자 한다. 그러니 시장과 경쟁을 외치는 목소리와 달리 사회는 점점 고착화되어 가는 것이다. 인간은 모순적 존재이기에 이러한 입장을 이해해볼 수는 있지만, 이것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하지만 청년들의 고단함을 소비하는 언론들이, 앵무새처럼 상속세 폐지를 외치는 것을 보면 사회의 모순에 언론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상속세의 기저에 있는 이념은 공평이다. 우리는 부모의 빚이 자녀에게 상속되는 것에 분노하고, 부모의 직업을 대물림하는 고용세습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출발선이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세습은 반대하며, 기업과 재산의 상속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혹자는 기업의 고용효과 등을 언급하며 기업의 상속은 특수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식회사는 물적회사로 개인과의 관련성이 가장 적은 회사다. 주주의 개성이 아닌 자본 중심의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개인의 세습을 주장하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주장이다.


상속세가 기업 활동의 의욕을 꺾는다고 하는데,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지위의 세습도 용인해야 한다. 재산 상속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일하게 지위를 상속하기 위해 현재의 경제주체들이 더 열심히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위에 대한 상속은 반대한다. 물려받지 못하는 주체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쟁이 선이라며, 자유시장을 주장하는 이들이 왜 상속 문제에서는 자유시장을 거부하는지 모르겠다. 상속을 고민하는 이들은 이미 많은 문화자본을 상속받아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데도 말이다. 편할 때만 시장을 외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상속세에 관해 쏟아지는 기사를 보면 청년들이 시장원리에 따른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출발선이 완벽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최소한 공정하게 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문제에 청년을, 여성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장의 구조를 돌아봤으면 한다. 신분을 세습하는 방식은 부의 상속뿐 아니라 입시비리, 채용비리 등 다양해지고 있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있다. 위선과 반칙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반칙을 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출산을 포기한 그들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분들이여, 부디 당신들의 눈높이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 이 글은 경향신문 11월 17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