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탓에 기업 위축? 재계 엄살 이제 그만

노종화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변호사   작성일시: 작성일2020-11-07   

정부와 여당은 '공정경제 3법' 중의 하나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전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개정안의 거의 모든 내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의 골자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부담이 증가해서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따져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더라도 재계가 하는 주장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엄살이 아닌가 싶다.


이번 개정안에서 규제가 '강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먼저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최소 지분율이 상장, 비상장 모두 10%씩 상향된 것을 들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지주회사는 상장 자·손회사의 경우 최소 30% 이상, 비상장의 경우에는 최소 50% 이상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지주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소유지분율을 높여서 계속 지적돼온 소유-지배의 괴리도(적은 지분율로 더 큰 지배권 행사하는 것)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이다.


굳이 '앞으로'를 강조한 이유는 부칙을 통해 기존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는 개정안을 적용받지 않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즉 SK·LG·한진 등 이미 지주회사 체제인 기업집단은 새롭게 자·손자회사를 편입하지 않는 한,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제력 집중, 소유-지배 괴리 등 폐해를 보여줬던 기존 지주회사에는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개정안에 따른 최소지분율은 2007년 이전의 공정거래법과 같은 수준이므로, 완화했던 기준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지 완전히 새롭게 지분율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유의미하게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되긴 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일부' 강화하고,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정도 신설했다.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목적은 금융·보험소비자의 자산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을 막고, 혹시 모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동반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현행 규정은 상장 계열사의 경우에는 임원 선임·정관 변경·합병과 같은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금융·보험사가 특수관계인과 합쳐서 총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러한 안건은 이사회 지배권, 소유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입법취지를 고려한다면 의결권 제한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개정안은 현행과 같은 예외를 그대로 두되, 계열사간 합병 및 주요 영업양도에 대해서만 원칙과 같이 금융보험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아쉬움이 많지만, 개정안에서 의결권 허용의 예외 범위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실상 공시집단 소속의 비금융 상장회사는 대체로 기업규모가 상당하고,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 여부와 상관없이 지배주주 측이 단독으로 합병 결의요건(출석주식수 2/3, 발행주식수 1/3)을 통과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 등이 총 21%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약 10%를 소유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열회사간 합병에 대해서도 지배주주 측이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개정안으로는 삼성생명와 삼성화재 지분을 제외한 약 11%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삼성 측 우호지분이 약 4%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인데, 합병 결의요건(66.7%)과 비교한다면, 제한 전·후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삼성 측이 삼성전자에 대한 우호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한다면, 보험업법의 취지에 맞게 삼성생명보험이 소유한 주식은 처분하고, 삼성물산 등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을 늘려도 된다. 요컨대 개정안으로 인해서 삼성전자 등 주요 회사에 대한 지배주주 측 우호지분이 유의미하게 낮아질 걱정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신설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역시 금융보험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동일하게 예외를 허용하는 만큼, 규정 신설로 인한 예방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각 기업집단의 지배력에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익편취 규제도 이리저리 빠져나간 재벌들


마지막으로, 최근 공정거래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조항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입법인 사익편취 규제조항(현행법 제23조의2)이다. 일감몰아주기와 사익편취(터널링)를 통해 총수일가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지배권 승계자금 등을 확보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이다. 그러나 대기업집단들은 보란 듯이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사익편취 규제조항을 무색하게 했다.


예를 들어, 총수일가의 계열회사 지분율을 규제 대상 바로 밑으로 낮추거나, 회사분할(물적)을 통해 총수일가 기준으로 간접지분을 형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일감몰아주기 범위는 상당히 협소한 반면, 예외사유(긴급·효율·보안성)는 상대적으로 넓고 일반적인 문언이어서 법 적용 자체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당한' 이익에 관한 해석, 공정위의 입증책임으로 인해 적극적인 법 적용 자체가 어렵다는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개정안은 그동안 사익편취 규제조항의 한계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을 시도하지 않은 채, 단순히 사익편취 규제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는 회사의 범위만을 늘렸다.


최근 계열사 현황 및 총수일가 지분율에 따르면, 현행법상 일감몰아주기 적용 대상은 전체 2292개 회사 중 210개였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약 59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법이 시행될 경우 새롭게 사익편취 규제조항을 적용받게 될 회사들은 과거와 달리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적인 내용은 그대로인 채, 단순히 적용대상이 늘었다고 해서 규제가 강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사익편취 조항의 적용을 받는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편, 현행법상으로 적용 대상인 회사들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대규모)내부거래를 하면 그만이다.


여러모로 재계가 우려하는 기업활동 위축은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개정안 정도로는 대기업집단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재계도 이제는 너무 과장된 우려나 법 개정 반대의 목소리만 내지 않기를 바란다. 나아가 정부와 여당에서 '경제민주화'가 여전히 유효한 공약이라면, 현재 개정안보다 더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11월 7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