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의원님께

이총희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회계사   작성일시: 작성일2020-10-20   

3%룰에 관한 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이 기자를 사칭해 국회를 돌아다녔다고 들었는데 이젠 의원님까지 사칭해 입장을 발표한 줄 알았습니다. 원래 이 칼럼의 제목은 ‘걱정이 많은 사장님들께’였습니다. 하지만 의원님께로 고쳐도 큰 차이가 없는 걸 보니 의원님의 생각이 사장님들과 크게 다르진 않은가봅니다.


3%룰을 반대하는 의원님의 주장을 자주 봅니다. 해외자본에 우리 기업이 넘어갈까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능성이 희박한 일까지 다 준비를 하시는 의원님의 신중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의원님 한 분이 국회에 가셨다고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이고, 국회의 모든 기밀이 삼성으로 유출된다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음모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원님의 주장을 보니 음모론을 믿고 계신 것 아닌가 싶어 걱정입니다. 감사위원 한 명이 기업의 비밀을 다 훔쳐갈 수 있고, 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데 감사위원과 비교도 안 되는 파워를 가진 국회의원님들은 오죽할까요.


의원님의 3%룰에 대한 우려를 보면 감사위원이 참 전지전능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에 감사위원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요? 지배주주가 선임한 감사위원을 두고 삼성에선 기업범죄가 발생할까요? 의원님의 말씀대로면 재해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감사위원을 처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당 기업의 도면이며 중요한 기술, 구조 다 알고 있으니 노동자의 죽음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노동자의 사망으로 기업의 작업을 멈추라 하면 어쩌다 발생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다던 분들이, 왜 지금은 어쩌다가도 발생하지 않을 일에 이렇게 호들갑을 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국민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익이 먼저는 아니시겠죠.


제가 회계사 생활을 하며 다녀본 회사들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습니다. 회계사가 회계감사를 가도 회사의 보안 통제를 다 따라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도 안 주는 경우도 많죠. 거짓 설명으로 감사방해도 일삼는 기업들이, 공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들이 과연 감사위원 한 명으로 추풍낙엽처럼 흔들리게 될까요? 감사위원이 그렇게 슈퍼맨이라 믿으신다면 3%룰을 막기 전에 회계부정과 기업범죄에 대한 감사위원의 책임부터 강화하시길 바랍니다. 기업 비밀을 다 알고 계신 분들이 부정을 안 막는 건 부정에 동참한 것이니까요.


옛말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습니다만, 기업과 언론에 의원님까지 가세하니 정말 세계가 힘을 모아 우리나라를 침략할 것만 같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금 모으기를 했던 국민들이 동학개미가 되어 우리 기업을 보호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설마 모든 국민들이 토착왜구라서, 기업을 지킬 사람이 의원님뿐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생각해보니 감사위원 한 명에 의해 기업들이 초토화된다는 게 너무 우리 기업들을 비하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회는 나와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찾아서 듣는 곳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이 어울리는 범위 안에서 듣는 이야기로 많은 사안을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인간적인 정이 있으니 전 직장 동료와 같이 만나시던 분들을 자주 뵙게 되겠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는 멀리하고 반대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셨으면 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만 듣게 되면 회사에서도 안 했던 회장의 가신역할을 국회에서 하시게 될지 모르니까요.


​​* 이 글은 경향신문 10월 20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