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민주당 의원들

이창민 |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10-13   

‘공정경제 3법’에 관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활약이 생각보다 대단하다. ‘미스터 경제민주화’이니 전향적일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재계와의 면담을 10분 만에 끝내고, 세계에 없는 규제라는 주장에 세계에 재벌 같은 구조도 없다고 받아치는 모습에서는 내공이 보인다. 뭐,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이상하다.


민주당 내에서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 “기업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 먼저 터져 나왔다. “재계 입장 당당히 주장하라” “우리 기업이 외국 헤지펀드의 표적이 되게 하는 일은 막고 싶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건 비단 이런 말을 한 의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암묵적으로 이런 입장을 가진 의원이 제법 되어 보인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보자. 이 같은 입장을 가진 민주당 의원은 두 부류인 듯하다. 하나는 도대체 왜 민주당에 있는지 의문이 가는 의원들이다. 민주당의 철학·공약과 접점이 잘 안 보이는, 민주당에서 영입 제의가 먼저 왔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이 된 거 같은 부류이다. 필자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두 번째다. 학생운동부터 시작해 평생을 민주화와 진보라는 가치하에 살아온 분들이 이런 주장을 서슴없이 펼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사회적 대타협 철학 가설이다. 정치권과 대기업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타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경제 3법의 핵심은 총수의 사익편취와 시장질서 침해에 대한 규율이다. 어느 나라가 주주,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며 타협을 하나? 그리고 원래 대타협은 글로벌 대기업과 협조하는 것이다. 공정경제 3법이 언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주저앉히자고 했나? 삼성전자 뒤에는 무려 58개의 문어발 상장, 비상장 계열사가 얽혀 있다. 현대자동차 뒤에는 53개다. 상위 재벌만의 문제일까? 기업집단 순위 62위인 유진그룹은 계열사가 46개이다. 그들끼리 일감 몰아주기뿐만 아니라 서로 합쳤다 나누었다 난리도 아니다. 얼마 전 LG화학의 물적 분할을 둘러싼 주가 폭락을 봐라. 시장은 이미 메신저(총수)의 숨은 의도를 읽으려 한다. 그런데 정작 집권여당 의원이 총수, 그룹, 대표기업 등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시장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니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해하려면 정확히 해야 한다. 필자는 2010~2017년 국내 상장, 비상장 기업 3만8000여개를 가지고 생산성 분석을 했다. 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기업과 혼자 독립해 있는 기업 중 집단에 얽혀 있는 기업의 생산성이 낮다. 이는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자본생산성이 낮고, 그럼에도 시장에서 잘 퇴출되지 않는다는 이전 연구결과와 맥락이 닿는다. 제발 관점을 명확히 하시라.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재벌이라는 꼬일 대로 꼬인 기업집단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경제구조이다. 그리고 불리할 때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시는 분께 묻겠다. 미국 구글과 같은 지주회사처럼, 세습경영을 방어할 때 들먹이는 스웨덴 발렌베리처럼 깔끔한 소유구조로 전환할 것인가?


마지막이다. 외국 헤지펀드 이야기 좀 그만하자.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게 일어나지도 않는 나라에서 엘리엇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삼킨다는 공포소설로 재미 볼 만큼 봤다. ‘국뽕’으로 덮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교훈 삼자. 이 한심한 소설의 최신 버전은 혼자서는 한국 대표기업을 먹는 게 버거워서 외국계 헤지펀드가 연합한단다. 가족도 돈 앞에서는 산산이 갈라진다. 자, 문제의 본질은 꼴랑 한 명의 독립적인 감사위원도 결사반대하는 총수일가 경영의 독단과 불투명성이다.


​* 이 글은 국민일보 10월 13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