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들의 착각

이창민 |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09-15   

미국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인 지출을 하는데 이것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한 비정부 단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7년 기업들이 약 4000억원을 지출했다. 그런데 이것은 상위 500개 기업 중 3분의 1 정도가 공개한, 그것도 일부 액수만 공개한 것이다. 한 기업당 최소 액수로 매년 27억원 정도다. 대기업과 최고경영자(CEO) 등 부자들의 정치 기부 독점은 중요 이슈다. 왜냐면 정책 결정자들이 기부자들만 주로 만나고 이것이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커넥션은 다양한데 무디스, 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무디스의 A라는 애널리스트가 올해 B라는 신용평가 대상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치자. 그가 작년, 즉 이직 직전에 B회사의 신용등급을 고평가해 주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는 2006년에서 2013년 사이 관련 회사로 이동한 3대 신용평가사 17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인데 월스트리트 갑과 을 사이의 회전문 인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은 요즈음 어떤지 모르겠다. 과거와는 달리 정치인들에게 회삿돈을 비자금처럼 주지 않는다고는 하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얼마 전 전직 국회의원들의 취업이 문제가 됐다.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은 자진 사임했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비상임 자문으로 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과 LG전자 비상근 자문으로 간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있다. 모두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사안이다. 즉, 현실적으로 의원이라고 모든 취업을 다 제한할 수는 없다. 먹고살아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정작 커넥션의 당사자들은 잊는다. 어떤 재벌이 교수, 관료에게 사외이사를 제안하면서 ‘예전에 우리 회장님을 옹호하는 글을 언론에 직접 기고 또는 대필에 이름을 빌려 주셔서’라고 하지 않는다. 최고 전문가라 모신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할 뿐이다. 이건 엘리트 커넥션에서 더 위험한데 이번 대한의사협회 ‘전교 1등’ 게시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에서 “선생님, 선생님” 하니까 진정으로 자기를 존경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결국 사외이사, 자문 등 일종의 전관예우 제안을 받는 사람들은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이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


두 번째, 엘리트 커넥션이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가 따져봐야 한다. 보통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끼리 유유상종하게 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 CEO와 사외이사의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면 여러 의사 결정이 왜곡된다. 기업 가치와 실적이 떨어지며, 내부 감시체계가 망가지고, 회계부정이 증가하는 실증 결과가 있다. 한국은 비슷한 현상을 거리에서 목도하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적 동질성이 어떻게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지를 말이다. 동료집단끼리 모여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스타트업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성장할 때이다. 생각이 굳은 사람들끼리 자기 생각을 확증받고, 증폭시키는 커넥션은 비용이 크다.


세 번째, 커넥션 문제의 해결책은 정보 공개가 시작이다. 미국의 경우 주주들이 정치 지출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보수 성향 CEO들이 더 정보 공개를 안 한다. 엘리트 커넥션에 가치를 더 두고 있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어두움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별거 없어도 뭔가 있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무슨 이유로 데려갔는지 기업들이 공시하자. 숨어있는 수많은 자문, 고문부터 해보자. 사회의 평가를 받아봐야 당사자들도 깨닫는다. 어느 전직 고위 관료는 세상에서 아내만 자기를 존경 안 한다고 했다.


​* 이 글은 국민일보 9월 15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