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지원이 아니라 집중지원이다

최한수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09-07   

최근의 당정청 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지원의 형태로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타당한 결정이다. 재난지원금은 ‘변형된 실업보험’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과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옳다.


코로나 위기의 특징은 ‘이질성’에 있다. 코로나로 인한 노동시장의 충격은 고임금 노동자에게는 미약한 반면 저임금 노동자에게 치명적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거리두기가 필수인데, 이 때문에 대면 접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층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대학교수의 일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반면 식당과 학원 서비스는 재택노동으로 대체하기 어려운데, 이런 일들은 저임금 노동자들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와 2분위 가구의 근로 및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17%와 7% 줄었다. 반면 소득 5분위와 4분위 가구는 3~4% 정도 줄었다. 산업별 충격도 상이하다. 전체 성장률은 마이너스지만 업종마다 다르다. 4월 기준으로 여행사나 학원의 카드 매출액은 54%와 20% 하락했지만,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도소매업의 카드 매출액은 오히려 8% 증가했다.


중요한 사실은 소득분위별 소비 감소와 산업별 노동 수요 감소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득 5분위 가구는 외식(음식·숙박), 학원(교육), 여행(오락·문화) 지출을 다른 가구에 비해 더 크게 줄였다. 이는 산업별 매출 등락과 대체로 일치한다. 결국 현재의 경기침체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 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 탓이기보다 감염을 우려한 고소득 가구가 대면 업종의 서비스를 급격히 줄인 탓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대학의 체티 교수는 대면 접촉 서비스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인 계층은 뉴욕의 맨해튼 거주자 같은 고소득자임을 보였다. 실제 코로나 확산 이후 이 지역 매출은 70% 이상 급락했는데 이 충격은 고급 식당의 웨이터처럼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이되었다. 체티 교수는 전국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해고 비율이 잘사는 동네일수록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모든 사실은 현재와 같은 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전통적 재정정책의 경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재정 여력을 소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은 실업자나 한계상황에 몰린 중소 자영업자를 신속하고 지속적이며 충분하게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결정을 선별지원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집중지원의 취지에 맞게 지원의 폭과 시기를 결정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부는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이나 1차 재난지원금의 경험을 근거로 전면지원의 경기 진작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일면의 진실이다. 전면지원의 효과는 1분기 정도로 보이며 이마저도 지역의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매출 자료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 지급 직전 경기도와 인천의 전년 대비 매출액 비율은 87%와 91%였다. 지급 후 경기도 107%, 인천 102%로 역전되었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의 효과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한 달 뒤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첫 주 인천의 전년 대비 매출액 비율은 경기도를 앞섰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효과는 점차 감소하다가 8·15 집회 이후 거의 사라졌다. 확진자 수가 폭발하면서 지원 효과가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같은 금액을 필요한 계층에게 집중지원했으면 어떠했을까? 효과는 더 크고 오래갔을 것이다. 실제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 소득이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곳의 재난지원금 효과를 보면 소득이 낮은 자치단체의 소상공인 매출 증가율이 더 높고 오래 지속되었다.


1차 지원금 지급 후 불과 몇 달 만에 2차 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것처럼 재난지원금은 앞으로도 몇 번 더 필요할 것이다. 그때마다 그 경제적 효과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유력 정치인처럼 전면지급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설파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국정 철학이나 신념의 문제까지 거론하며 논쟁하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 치료를 통해 과거의 시행착오를 개선하여 방역의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이들처럼 지난 8개월간의 정책에 대한 실증평가를 통해 효과가 개선된 코로나 대책을 마련하려는 유연성과 책임감이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9월 7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