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를 위해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하는가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고려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09-04   

피라미드출자와 순환출자를 통해 자기 지분보다 수십 배 많은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나라,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를 대물림해 줘도 제재는커녕 세금도 제대로 낼 필요 없는 나라, 공익법인에 출연한 주식을 공익사업이 아니라 총수일가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사용해도 증여세가 면제되는 나라, 이사회를 총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 거수기로 만들 수 있는 나라, 경영자가 배임·횡령을 해도 주주가 제대로 손해배상 받지 못하는 나라, 보험계약자의 돈을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한 주식종목에 집중 투자해도 위험하지 않으니 자본금 더 적립할 필요 없다고 방치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더 좋은 나라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떼자는 것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소위 공정경제3법의 입법 취지이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어느 집단이 반대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총수 본인과 그 자녀들, 공동운명체인 가신들, 사외이사 자리 때문에 총수일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이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회사나 국가경제의 안위가 걱정돼서가 아니라 본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재벌개혁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늘 반대해 왔다.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보수정당은 물론 진보정당과 정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이번 공정경제3법의 내용을 통해서도 역력히 확인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강화되지만 기존 지주회사에는 적용되지 않고, 법 시행 후 새로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지주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순환출자의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기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적용되지 않고, 법 시행 후 새로 지정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만 적용된다.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지만 통상적인 지배관계 형성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30%를 출자한 경우가 아니라 모자회사 기준인 50%를 출자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다시 도입되지만 감사위원회 위원 전원이 아니라 1인 이상의 감사위원에 대해서만 분리 선출이 적용된다. 금융그룹 감독제도가 도입되지만 비금융 계열회사에 대한 기존 출자가 해소되지 않았어도 사후적으로 내부통제체계 또는 위험관리체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자본금 확충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마치 '뇌물을 준 것이 명백하지만 앞으로 뇌물을 주지 않겠다고 하니 이 사람의 형량을 경감해주자'는 어느 고등법원 판사의 입장과 흡사하다.


더 나아가 정부는 이번 공정경제3법을 통해 재계의 민원사항도 한 가지 받아 줬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위원은 전자투표 실시를 전제로 출석주주 과반의 찬성만으로 선임하는 내용이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찬성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섀도우보팅제 폐지 이후 회사들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에 실패한 원인은 기본적으로 회사들이 소액주주의 주총참석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데 있다. 주총 소집기간이 길어질수록 부결 회사 수가 감소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또 내년부터는 3월말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 4월 주총 개최도 가능해져서 주총일 집중현상이 크게 완화되는데 이 효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총수일가만 참석한 주총에서 총수일가만의 찬성으로 감사나 감사위원회 위원이 선임될 수 있다는데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공정경제3법은 처음부터 재계의 입장을 여러 곳에 반영해 만든 법안이다. 재계가 주장하는 과잉규제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또 기업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이다. 이사회가 오로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의사 결정하도록 해주고, 회사의 귀중한 자금이 사업내용상 무관한 곳에 출자금으로 낭비되지 않도록 해주며, 주주이익을 보호해 이들이 회사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주기 때문이다. 공정경제3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그리고 재계는 누구를 위해 공정경제3법에 반대하는지 명백하다.


​​* 이 글은 아시아경제 9월 3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