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정책 패키지

이창민 |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06-24   

벌써 많은 언론에서 포스트 코로나 특집을 했다. 정책결정자, 연구자, 기업들도 다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소설을 쓸 수는 없다. 198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 1편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들이 인류를 말살하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2029년, 앞으로 9년 남았다. 중심을 잡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크니 시장은 위험 회피적이 될 것이다. 과장 말고 이 정도 전제하에 정책을 찾자.


경제학자 존 반 리넨(미국 MIT 대학) 등은 실증자료로 검증된 몇 가지 혁신촉진정책을 제시한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제안은 의사결정의 위임, 경영관습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기업 내 최고 권력자의 아래로의 권한 위임은 경제위기 때 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기 때 “나를 따르라”가 먹힐 거 같지만 오히려 맨 위는 책임만 져주면 된다. 또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혁신에 중요하나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들은 투자부터 줄인다. 대안은 경영관습 및 지배구조 개선이다. 연구개발 투자만큼 돈이 들지 않지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방법이다. 또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기업의 경영자는 조용한 삶을 즐긴다. 창조적 파괴는 언감생심이다.

정부 정책결정자에 대한 제안은 연구개발 투자, 인적자본 공급 증가, 경쟁적 시장질서 수립, 중소기업 지원 등이다. 첫 번째,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기존의 통념과는 다르게 성공사례가 제법 있다. 제트 엔진, GPS, 인터넷 등이다. 지식재산권이 확립되어 있어도 지식전파(Spillover)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정부투자가 민간투자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촉진시키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외부효과가 큰 기초연구 분야를 조준한 연구비, 연구개발 투자에 특정한 세금혜택이 효과가 있다.

두 번째,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인적자본 공급 증가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인적자본 육성책과 고숙련 이민자들이 혁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경쟁촉진 정책이다. 이 정책은 특히 경쟁 정도가 약한 시장에서 혁신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세 가지 설명이 있는데 우선 독과점기업은 혁신 유인이 없으며, 경영진의 노력을 끌어내는 데 경쟁이 효과적이며, 경쟁이 기업 내 자본과 노동의 효율적 재배치를 강제한다. 이는 강한 공정거래 당국의 필요성과 더불어 위기 시 대기업 지원에도 함의가 있다. 무조건적 지원은 좋지 않고 강한 자구책을 전제로 한 지원이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네 번째, 중소기업 지원은 혁신에 도움이 되나 작은 것이 언제나 아름답지는 않다. 중소기업 지원의 경제적 타당성은 재무적 제약인데, 중소기업이 아니라 어린 기업이 제약이 심하다. 어린 첨단기업들은 한곳에 모아놓는 것이 좋다. 또래집단(Peer Group) 효과가 있다. 또 벤처 캐피털 시장에 돈이 많을 때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많이 망한다. 그러나 그중에서 상장까지 간 기업들은 혁신이 왕성하다. 즉 고위험 투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무가 분명한 대규모 정부투자 프로젝트, 예를 들어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 미 항공우주국(NASA)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한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특정 분야 집중지원에 회의적인 이유는 특혜 시비에 휘말리기 쉬우며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프로젝트 그 자체의 정당성이 높아야 하며,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건 그린 뉴딜 같은 것이다. 여기까지다. 이 모든 연구의 통찰에 한국적 특수성을 더하는 것은 정책결정자의 몫이다. 


​* 이 글은 국민일보 6월 24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