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수혜자는 누구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09-10-21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을 허용하는 상법 개정 초안을 10월 중 마련해 부처 협의에 들어가고, 12월 중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완전히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두고 도입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즉,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은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당연한 것인데 ‘반재벌 정서’라는 잘못된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그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적대적 인수란 인수 의도를 가진 자가 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공개매수 방법으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매수가 공개적이고, 다량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주식 매입과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럼 경영권 방어란 무엇인가. 그것은 쉽게 말해 이런 공개매수를 제3자가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즉, 거래당사자는 공개매수자와 해당 기업의 소액주주들인데 경영진, 이사회 또는 대주주가 거래당사자도 아니면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권 방어는 결국 ‘지배권 이전거래 훼방권’인 셈이다. 오히려 경영권 방어 금지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에 입각해 주식을 매각할 수 있고, 따라서 경영진은 소액주주들을 대신해서 지배권 이전거래의 적절성을 판단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 또는 이사회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설득력이 있는 반론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개매수 성사 여부에 따라서 경영진으로 남느냐 아니면 퇴출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는 논리다.

또, 소액주주들이 회사 사정을 잘 모른다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경영진이 이들을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까지는 전혀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바로 이 점을 중요시 여겨 오래전부터 ‘이사회 중립의 원칙(Board neutrality rule)’이라는 법리를 만들어냈고, 이에 입각해 일체의 경영권 방어 행위가 금지됐다. 포이즌필 도입을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만들어 남용의 소지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일단 정관상 포이즌필제도가 도입되고 나면 포이즌필의 발행과 소각은 이사회의 재량 사항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과 관련해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규율 체계를 모방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제도가 가장 우수하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알고 있는 대다수의 미국 및 영국의 법학자들은 공개매수 및 경영권 방어 규율에 관한 한 영국 제도가 더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경영권 방어 행위를 인정하는 대신 공개매수에 대한 규율이 엄격하지 않다. 반면, 영국은 경영권 방어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대신 공개매수에 대한 규율이 매우 엄격하다. 즉, 30% 이상의 지분을 매입하면 나머지 70%의 지분도 매입해야 하는 의무 공개매수제도를 둬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는 적대적 공개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두 제도의 차이는 엄청나다. 경영권 방어 행위는 남용의 소지가 커서 항상 적법성 시비를 일으키고 결국 법정다툼으로 이어져 사안이 종결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의무 공개매수와 경영권 방어 행위 금지는 강제 사항으로 재량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뤄지는 적대적 인수는 34%가 법정으로 가는 반면 영국에서는 0.1%만 법정에서 다뤄진다(Amour and Skeel, 2007). 또 같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M&A 전문 로펌 변호사 수입은 영국 변호사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변호사 배만 불리고 싶지 않다면 정부는 공개매수 및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규율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매경이코노미(2009년 10월 21일)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