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총희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회계사   작성일시: 작성일2020-05-06   

5월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달이다. 2018년 기준으로 약 700만명이 종합소득세를 신고했고, 근로소득자들 중 종합소득세를 다시 신고하는 사람도 200만명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소득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듯하다. 우리나라는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홈택스라는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홈택스를 통해 순식간에 신고를 마치고 나니 새삼 우리 사회의 인프라에 대해 놀라게 된다. 놀라운 마음 한편으로, 이제 이 정도의 인프라를 갖춘 만큼 소득세제 개편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세금은 너무 어렵다. 어려운 제도 덕분에 나 같은 자격사들은 일정한 지대를 누리고 있지만, 좋은 것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세금 내는 것도 아까운데 세금을 내기 위해 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할 것이다. 나 역시 5월만 되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달라는 지인들의 부탁이 들어온다. 연말정산을 할 때면 친구들의 전화를 받아주느라 바쁘다. 하지만 회계사나 세무사를 본 적 없는 많은 사람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세법이 바뀔 필요가 있다.

쉽게 바뀌려면 계산 과정이 단순해져야 한다. 세금은 이익에 대해 내는 것이고, 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하여 계산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 비용이나 차감하는 것은 아니다. 접대비 등은 공제한도가 있고 벌금 등은 공제가 안되기도 한다. 월급이라는 확실한 수익원은 있으나 월급을 얻기 위한 비용이 애매한 근로소득자들은 인적공제, 특별공제, 교육비, 보험료, 신용카드공제와 같은 각종 공제제도를 비용처럼 활용하여 세금을 줄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제도가 복잡해지고, 일부 공제는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공제제도를 대폭 축소해 근로소득자들도 급여에서 생계유지에 필수적인 금액만 차감하여 세금을 걷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필수적인 금액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최저생계비나 최저임금과 연동하여 계산하도록 한다면 사람들의 최저생계비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질 것이다. 중산층이 복지정책에 인색한 것은 자신과 상관없는 시혜적 제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최저생계비가 나의 세금에 영향을 준다면 적절한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쉽게 만드는 세법은 여전히 납세자가 세금을 신고한다는 전제에서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나아가 부과를 국가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 초 삼성그룹에서 연말정산 정보를 활용해 직원들의 후원내역을 파악해 문제가 된 일이 있다. 개인의 세금 신고를 회사를 통해 하기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에게 직접 신고를 요구하기엔, 현재의 세법이 너무 어렵다. 연말정산 자료는 이미 홈택스에서 우리가 다운로드하고 있는 만큼, 국세청이 시스템을 통해 직접 세금을 계산하여 부과해준다면 20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부과된 세금에 이의가 있는 사람들은 다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면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낼 일도 없을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많은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세금을 쓰는 것에 대해 민감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입이 뻔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아껴 써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다면 더 걷어야 한다. 따라서 소득세 개편의 가장 큰 전제는 적절한 세부담이 되어야 한다. 물론 모두가 세금을 더 내기는 싫어한다. 하지만 다가오는 미래에는 누가 일자리를 잃을지, 누가 잉여인력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자신은 아닐 것이란 근거 없는 낙관보다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복지제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조금씩 더 부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라는 두 개의 산을 넘기 위해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 이 글은 경향신문 5월 5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