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원의 조준점

이창민 |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20-04-28   

지난주 수요일 정부는 위기대응에 관련한 추가 대책을 밝혔다. 그중 한 가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이다. 지원대상은 항공·해운·조선·자동차 등이고, 방법은 국가보증 기금채권 발행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이다. 취지에 적극 동감한다. 그러나 40조원이 투입되는 회생정책(구조조정)의 수혜자가 누가 될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이해관계자 간 머릿속도 복잡하다. 조준을 정확히 하자.


첫 번째,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 특히 총수들은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부실경영을 해온 기업에도 세금이 투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산, 아시아나 등은 계열사끼리 오래전부터 갉아먹어 왔다. 이외도 많다. 또 지원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는 다르게 고용유지라는 조건이 부과된다.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해 고용유지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회생 과정에서 주로 썼던 정리해고 외에 모든 자구안을 다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퇴출은 안 시키겠지 하며 버티지 말자.

두 번째, 정책금융기관 등 채권자의 시간이 도래했다. 평시에는 적극적 주주, 위기에는 적극적 채권자가 필요하다. 우선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의 자구노력은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기업을 정상화하는 데에는 당장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중장기를 위한 경영개선도 중요하다. 특히 만연한 부실기업을 지원해주는 경우는 더 그렇다. 외환위기 구조조정 평가 중 가장 안 좋은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미비라는 것을 기억하자. 또 위기에 자기희생 하지 않고 경영권에만 집착하는 총수에게는 엄격해야 한다. 이 와중에 상표권 계약 연장하는 아시아나를 봐라. 부실기업끼리의 빅딜이 아닌 한 경영권 매각 요구도 주저할 필요 없다.

세 번째, 세부지원조건은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적자금을 아무렇게나 쓰는 도덕적 해이는 당연히 막아야 한다. 동시에 미래의 시금석을 만들어야 한다. 재벌의 문어발 투자, 계열사 부당지원의 이면에는 대마불사의 악순환도 한몫한다. 매번 위기에 도와주니 평소에 무서운 게 없어지는 거다. 위기 때 확실한 책임을 물리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 전면적 지배구조개선은 당연 조건이다. 정상화를 못 시켰을 때 경영권 박탈도 포함해야 한다. 외환위기에도 그렇게 했다. 사재 출연, 차등 감자, 보수 환수 등 고려할 수 있는 건 다하자. 총수가 평시에 누리는 경영권의 사적 이익은 주가의 45% 이상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 책임을 묻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차등 감자 비율은 7.9%에 불과하다.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이다.

네 번째, 정치권은 회생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 고용유지가 전제라지만 노사갈등의 뇌관은 곳곳에 있다. 이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의회 안으로 끌고 들어오지 마라. 제도적으로 회생 과정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란다. 회생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묵직한 감시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기간산업 경쟁력이 떨어져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정책을 통해 주요 산업 구조개편과 경제성장도 생각해야 한다. 대충 위기만 넘기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는 공적자금 회수도 못 한다. 평소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처럼 외쳤던 집단은 더 그렇다. 재난지원금 70%냐 100%냐 가지고 그렇게 열을 올리면서 40조원에는 왜 침묵하나. 이 40조원은 이자까지 붙어서 다 돌아올 거 같은가? 경영진은 도덕적 해이가 없어 보이나? 승부는 디테일에 있다.


​* 이 글은 국민일보 4월 28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