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일단 다 줍시다

이총희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회계사   작성일시: 작성일2020-04-07   

논란이 많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다층적이고 시급한 지원을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여,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줘야 할 이유도, 주지 않아야 할 이유도 차고 넘친다. 지원의 액수와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다. 정부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떤 방법을 내놓았어도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나은 정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는다.

일단 다 주었으면 한다. 정부는 스스로 ‘시급한 지원’이 이유라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득 하위 70%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료를 파악하고,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의 항의를 듣고 조정하는 등 시간과 비용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할 것 없이 일단 다 주는 것이 가장 빠르다. 다층적인 지원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조정해도 늦지 않는다. 상위 소득자에게는 올해 소득을 신고할 때 환급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줬다 뺏으면 반발을 사기 쉬울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있지만 연말정산의 환급 등에서 조정한다면 반발을 줄일 수 있다. 급한 상황이니 일단 지급하고, 연말정산을 할 때까지, 더 멀게는 종합소득세 신고 시점까지 다층적 지원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민하면 된다.

소득 상위 30%를 배제하는 명분도 서민들의 인식과 괴리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연말정산 파동을 생각해보자. 그 당시 정부는 소득세 증가의 기준점을 3450만원으로 정했다. 사실 통계적으로 봤을 때는 적정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연봉이 3450만원인 사람이 스스로를 상위 30%라고 생각할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연말정산 후 서민들의 반발이 폭증하자 유례없는 소급입법으로 기준을 조정했으며 연봉 7000만원까지 세부담을 완화해주었다.

현재 나온 건강보험료의 기준을 역산해보면 1인 가구는 연봉 3200만원, 2인 가구는 연봉 5400만원, 3인 가구는 연봉 7000만원 정도가 기준이 될 것 같다. 이는 통계적인 당위성을 가지고 있지만 서민들은 그것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아도 유사한 급여 수준에서 자신이 상위 30%라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오히려 하위 30%를 지원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자신이 상위 30%라는 것은 믿을 수 없어 한다.

다층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관계부처에 국세청이 제외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건강보험료 기준과 함께 국세청의 소득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확실할 것이다. 건강보험료는 보수월액 이외의 소득이 있어도 연간 3400만원이 넘지 않으면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직장가입자의 경우 자산가여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역가입자는 그러지 못한다. 자산이 많지만 직장에서 적은 월급을 받는 사람을 선별지원에서 굳이 포함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이러한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애매한 범주로 선별지원을 하여 이러한 논란을 만들 이유도 없다.

굳이 선별지원을 하겠다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개인사업자들은 2020년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에 국세청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별해야 한다. 카드 사용 비중이 많이 높아진 만큼 국세청이 매출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소득의 감소 역시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에게도 1분기 부가세 신고를 요구하면 된다. 이 정보와 전년도 부가세 신고 정보를 비교해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사람에게 지원한다면 시급성과 필요성이 인정될 것이다.

이는 정답이 없는 정책 결정의 문제다. 따라서 비난보다는 조언이, 뚝심보다는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모두 머리를 모아 슬기롭게 헤쳐 나갔으면 한다.

​* 이 글은 경향신문 4월 7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