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많은 주주권행사] 경영참여 목적의 행사 기준 모호해 혼선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고려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19-05-20   

#1. 지난 3월 관심이 집중된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결정은 엇갈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월 1일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관여를 결정한 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는 주주권행사를 결정한 반면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에는 주주권행사를 포기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전체 지분 가운데 7.16%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11.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영향력이 높은 회사에서는 주주권행사를 포기하고 영향력이 낮은 회사에는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결정한 셈이다.

#2.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천명한 KCGI는 한진칼 주총에 감사 선임, 사외이사 2인 선임,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진칼은 KCGI의 지분 보유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한진칼을 상대로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냈다. 지난 2월 28일 그러나 한달여 후인 지난 3월 21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소수주주인 KCGI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사 특례 요건에 따라 6개월 전부터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판결로 KCGI의 주주제안은 주총 안건에서 제외됐고 3월 29일 주총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3. 한진칼은 지난해 12월 13일 단기 차입을 통해 자산총액을 1조9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늘렸다. 12월 13일은 KCGI가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주식대량보유신고를 한 지 한달쯤 되는 시점이다. 한진칼은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액 700억원과 다음해 2월과 3월에 만기를 맞는 1150억원에 대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단기 차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해 만기를 맞는 단기 차입금 상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로부터 신용한도만 받아놓아도 된다. 미리 자금을 차입할 경우 이자만 낭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자산이 2조원 이상일 경우 감사 제도 대신 감사위원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한진칼이 단기 차입을 받은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보다 후퇴한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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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는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이후 두 번째로 맞이한 주총 시즌이었다. 국민연금에는 자체 코드를 도입한 후 처음 맞이한 주총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주주권 행사가 기대됐다. 이런 기대에 부합하듯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등장했고 한진칼에 대한 주주제안을 벌였다. KCGI 외에도 다양한 운용사들이 활발하게 주주제안과 위임장 대결을 벌였고,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내역 사전 공시 등을 통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상황도 많았다.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이력이 분명한 재벌총수의 이사선임 안건에서 기권하거나, 주총 전날에서야 우여곡절 끝에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전보다 후퇴한 모습도 나타났다.

올해 주총 시즌의 최대 격전지인 한진그룹 계열 회사들의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가로막는 제약사항이 분명히 드러났다. 현행제도 아래서는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와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의 법적 불확실성, 감사위원의 일괄선임 방식 등의 문제 때문에 적극적 주주권행사가 어려웠다.

이번 주총 시즌, 국민연금은 자신이 주요 주주(10% 이상의 지분 소유)인 회사들에 대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를 포기했다. 자본시장법상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임원, 직원, 또는 주요 주주가 그 회사 주식을 매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도하거나, 매도한 후 6개월 이내에 매수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이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는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유무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다만 지난 2012년 연기금에 한해 특례가 인정되어 국민연금의 경우 경영참가 목적으로 매매하는 경우에만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가 발생한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의 절반가량을 국민연금 명의로 운용하는 투자일임업자에게 맡겨 거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 내의 기금운용본부가 6개월 이상 장기 투자하더라도 외부 운용사 중 한곳이 6개월 이내에 동일 종목을 매매하거나 서로 다른 두 운용사간의 매수 및 매도 시점이 6개월 이내이면 국민연금이 단기 매매한 것으로 간주돼 차익반환의무가 발생한다. 첫 장면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두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 여부가 갈린 이유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오히려 영향력이 높은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기 때문에 주주권행사를 포기했다. 반면 지분율이 10%에 미달하는 한진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결정했다.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는 세 가지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우선 국민연금이 책임투자형 펀드 대신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기금 운용을 맡기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명의로 운용하는 투자일임업자 대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에 기금운용을 맡긴다. 이것만으로도 일부 종목에서 국민연금 보유 지분을 10% 밑으로 끌어 내리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으로부터 기금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합계가 10% 이상이더라도 위탁 운용을 제외한 국민연금 보유 지분이 10%를 밑돌면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의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안은 ‘주식 거래 중단과 6개월 단위 일괄 매매’ 방식이다. 기금운용 본부가 경영참가 목적으로 전환하기 직전 해당 종목의 거래를 즉각 중단하도록 모든 위탁운용사에 통보한 후, 이 시점부터 6개월 단위로 필요한 위탁운용사에 일괄 매매하도록 해서 단기 매매차익 반환 규모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최적 시점에 매수·매도를 하지 못해 손실이 일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주주권행사 기간 동안 전혀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경영참가 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대상 회사를 5개 이내로 제한한다면 손실 규모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경영참가 목적 주주권행사 범위 지나치게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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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방안은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와 그렇지 않은 주주권행사의 범위를 재조정하는 방안이다. 여기서는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는 현재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나 그 임원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인 사항들은 경영참가 목적사항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규정 아래서는 임원의 수와 관계없이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만 하면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로 분류된다. 이 규정을 세분화해서 1명의 임원 또는 재적 이사 수 4분의 1 미만의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경영참가 목적이 없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배당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 행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규정에서는 배당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가 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경우 특례가 인정돼 배당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간주되지만 이 특례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를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에 따르면 경영참가 목적을 위해 회사나 그 임원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가 된다.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가 어느 수준까지인지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예를 들어 주주가 회사나 임원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할 경우에도 영향력 행사인지 아닌지 해석이 갈린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법령해석 집에 따르면 5% 이상 대량 보유자가 회사나 임원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 영향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향후 주주제안이나 임시총회 소집 청구 등의 권한행사로 이어진다면 사실상 영향력 행사로 볼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소송·집단소송의 제기와 참여도 해석이 갈린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소송의 제기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행 기준에서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중요 사항을 두고 회사를 압박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실상 영향력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주주로서 정당한 권한행사마저 꺼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 대신 ‘법적 권한 행사를 수반하는’ 영향력 행사로 법문을 수정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요구사항을 전달할 경우 법적 권한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에서 제외할 수 있다. 또 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도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에 영향력을 주기 위한 법적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참가 목적의 주주권행사에서 분명하게 제외할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10년 혼란 종지부 찍어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제약은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지분 요건에 대해 법원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처럼 소주주주권 행사를 두고 각급 법원에서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각급 법원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9년은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기존 증권거래법을 대체했던 시기다. 당시에는 증권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상장회사 특례조항이 상법으로 이관됐다. 문제는 소수주 주권 행사요건을 적용하는 방식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주주제안은 상법 제363조의 2 제1항과 상법 제542조의6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되는 상법 제363조의2 제1항에서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하기만 하면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주주제안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본다. 반면,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상법 제542조의6 제2항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지분 0.5%를 6개월 이상 보유해야 주주제안 자격을 갖춘다.

문제는 두 요건의 적용 방식이다. 상법 제542조의2에서는 상장회사 특례규정을 우선해서 적용해야 한다고만 하고 있다. 여기서 ‘우선 적용’을 두고 각급 법원에서 입장이 갈렸다. 예를 들어 KCGI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판결이나 과거 서울고등법원 (2011.4.1.) 판결에서는 상장회사의 경우 상장회사 특례규정인 6개월 이상 보유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일반 규정을 적용해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하기만 하면 주주제안 자격을 갖춘 것으로 봤다. 반면, 한진칼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 판결이나 과거 서울중앙지법(2015.7.1.) 판결에서는 상장회사 특례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일반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상장회사에서는 6개월 이상 보유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지분율이 3%를 넘더라도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서는 주식을 취득해 바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 다시 이를 처분하는 식으로 소수주주권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느 입장이 맞는지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2009년 이전 주주총회소집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판시된 대법원 판례에서는 6개월 보유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상법 제366조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주주총회소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관련 학계의 다수설도 선택적용이다. 또 2009년 상법 개정이 소수주주권 행사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답은 명확하다. 따라서 입법기관의 상법 개정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의 법적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

감사위원회제도 악용 소지 없애야


올해 한진칼 주총에서는 감사위원회 제도를 통한 소수주주 영향력 제한 시도도 부각됐다. 세 번째 장면에서처럼 상장사가 단기 차입을 통해 자산총액을 늘려 감사위원회 제도를 채택하는 식이다. 한진칼 측에서는 부인하지만 한진칼이 단기 차입을 늘린 진짜 이유는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상법에서는 주주총회에서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3%만 인정한다. 반면 나머지 주주는 개별적으로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3% 이상 주주가 모두 제한을 받지만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감사위원회 제도에서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없이 이사를 선임한다. 이후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제한을 적용받는다. 사실상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전혀 약화되지 않는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인 경우 감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어설 경우 감사위원회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한진칼 입장에서는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인 경우에도 감사제도 대신 감사위원회 제도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론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측면에서는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만들어 감사위원회제도로의 이행을 법적 의무사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감사위원회제도가 소수주주권을 제한하는 제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감사위원회 위원인 이사들도 감사와 마찬가지로 감사위원회 위원이 아닌 이사들로부터 분리해 선임되도록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5월 27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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