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주총 시즌과 기업지배구조 수준

위평량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작성일시: 작성일2019-03-20   

올해도 어김없이 3월의 수퍼주총 시즌이 도래했다. 이번 시즌의 주요 이슈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주주권행사와 그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한진그룹의 비재무적 기업가치 훼손행위에 대한 소수주주들과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주주권 행사 및 그 결과가 큰 관심사다. 일반적 사례로는 많은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감사와 이사선임에 대한 의견제시, 이사들에 대한 보수한도 제한과 배당확대 요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1999년 아시아에서 지배구조모범규준을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들 중 하나였고 비록 모범규준 준수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겨진 형태였으나 도입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기업의 지배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코리아디스카운트도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고 그 배경은 재계의 강력한 로비와 국회의원들의 몰지각, 정부의 안이함 때문이랄 수밖에 없다.

약 20여년이 지난 2018년 12월 발표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의(ACGA) 평가에 따르면 아시아권 12개 국가에서 한국의 지배구조 순위는 9위로서 2010년 이후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배구조모범규준 처음으로 도입했으나 

외국의 제도는 직수입해 적용하기보다는 각 나라마다 발전의 경로의존성 등을 반영해 해당국가 여건에 따라 적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일부 동의하지만 이를 핑계 삼아 개혁을 피하는 행태는 경험적으로도 동의할 수 없다. 20년이 다 됐음에도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를 존치시키는 것은 기득권과 지대 추구적 제도를 유지하려는 구체제 특권세력의 의도일 것이다. 그 결과 혁신의 토양은 사라지며 그 나라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측면에서 낙오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오늘의 한국이 이와 같다 할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제도는 특정한 국가의 특수한 제도가 아니라 모든 시장경제체제 국가의 지향점이라는 점에서 신속하고 과감히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사자성어는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예컨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외이사제도도 그러하고 최근 비로소 일부작동하기 시작한 스튜어드십코드도 회수(淮水)를 건너온 귤과 같은 처지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제도가 총수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고 일부 전문가들의 용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같이 그 효능은 이미 사라졌다. 현 정부의 재벌개혁을 위한 간접적인 방법론으로서 강조된 스튜어드십 코드제도 역시 지금과 같다면 귤이 아닌 탱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ㆍ상법 개정돼야

 

개혁과 혁신은 기존 방식들이 뿌리내린 토양을 갈아엎고 객토작업을 해야 한다. 즉 지엽적 제도개선보다 근본적 개혁, 볼링에서의 킹핀을 보다 직접적으로 조준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 제도의 본 취지를 망각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개혁이라 말 할 수 없다. 강력한 경제 및 정치권력 이해가 버무려져 고착된 재벌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는 물론 경제구조 전반을 개혁함에 있어서는 기업자율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하면 주주총회 관련 다양한 개선책과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경제민주화 개혁조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 등이 개정되어야만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제도들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 이 글은 내일신문 3월 20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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