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 재고해야

위평량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작성일시: 작성일2018-09-06   

공정거래법이 38년 만에 전면 개편돼 입법예고 됐다. 이 과제는 대통령공약사안으로 민사-형사-행정적 규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복잡한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21세기 경제와 기업환경을 고려해 추진한 것이다.

24일 법 개정안 사전 브리핑 전문에는 위원장 평소 지론인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이를 위한 되돌릴 수 없는 제도의 정착’에 충실했다는 점과 다양한 이해상충을 고려하고 시대변화에 따른 합리적 공정거래법 작성에 대한 고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선거 한번으로 뒤바뀔 수 있는 법제도라면 그것은 실패한다’는 것에 필자는 적극 동의한다. 이러한 인식은 경제민주화 원조국가라 할 수 있는 독일의 경험적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F. 빌마는 경제민주주의 달성은 한 두 번의 전면적·혁명적 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혼합경제의 원리에 따라 제한적이고 차별화된 개혁 과정의 지속이라고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경련과 한국경총 및 대한상의 등 재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진한 특위안 보다 완화된 입법예고안을 두고 다행스럽다는 한편으로 입법예고안을 ‘기업 옥죄기’라며 반대하며 보다 적극적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 달성, 지속적인 개혁으로

 

지난 7월 말 관련된 토론회에서 재계 등은 경제력집중 자체를 문제 삼는 나라는 없고 순환출자와 지주회사 문제는 경쟁제한성과 무관하며, 정경유착은 개별 법률로 다루어야 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부당지원 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문에 나타나므로 공정거래법에서 다루어지면 아니 되고 공정거래법 상의 규제는 사전적 규제보다는 사후적 조치, 즉 법원 판결로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종합적으로 이상의 이슈들은 그동안 많은 토론이 이루어져 왔고 부족하지만 그 결과들이 현재의 공정거래법에 반영돼 왔다. 이 같은 주장은 우리경제 경험과 그 결과 그리고 현재 양태를 고려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재벌과 그 계열사 및 총수일가만을 고려한 주장이며, 논리적 허점도 상당하다. 독과점적 현상은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예컨대 항공분야 신생항공사의 신규진입을 억제함으로써 경쟁저해와 함께 소비자후생 저하 및 일자리 창출의 억제는 물론 총수일가의 다양한 갑질 등의 고착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재벌로의 경제력집중과 전속거래구조 등에 따른 다양한 우월적 지위남용행위, 납품단가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공정한 시장질서라면 있을 수 없는 행위가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사실에도 알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사후적규제 강화도 좋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기업관련 법원 판결은 경영자 및 재벌대기업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다반사이고,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 피해는 사후적 규제로 회복되지 못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과거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가

 

필자가 더욱 문제로 보는 것은 재계 등의 이와 같은 주장들이 20여년 가까이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다. 이른바 합리적 진보세력은 ‘시대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공정거래법’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은 과거의 인식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법안개정의 열쇠를 쥔 국회의원 절반이 재계와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뻔하다. 따라서 공정위와 여당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 현장과 개혁진영에서 강조한 내용이 포함된 개편안의 최저한을 다시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내일신문 9월 6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