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업보, 이재용 부회장이 끝내라

김상조 |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16-08-02   
현실이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하다.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 사건 말이다. 성매매, 조선족 조폭, 비밀 촬영, 거래 제안 및 협박, 언론사 제보 등등 근래에 상영된 한국영화 몇 편의 극적 요소들을 모두 모아놓은 듯하다. 이 동영상이 몇몇 언론사에 제보되었다는 이야기는 작년에 나도 들었다. 고백하자면,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이 이미 식물인간이 된 상황에서 그 추악한 이면을 들춰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특히 김인 전 삼성SDS 사장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뉴스타파의 탐사보도 정신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자,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성매매처벌법’ 위반 문제가 있다. 성매수 혐의의 이건희 회장이야 현 상황에서는 처벌의 실익이 없다손 치더라도, 삼성그룹의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개입되어 채홍사 역할을 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 소지가 있다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이 총수 개인의 불법적 사익에 악용되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장치의 붕괴 내지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엄정한 조치를 촉구한다.

내가 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금융실명법’ 위반 문제다. 김인 전 사장 명의로 계약된 13억원 상당의 빌라 전세금 출처가 2008년 삼성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재산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 그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삼성특검은 총 486명 명의의 1199개 계좌에 4조5000억원 상당의 차명재산이 존재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 모두가 ‘이병철 선대회장이 사망한 1987년부터 차명인 상태로 상속받은 것’이라는 삼성 측의 해명을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그 결과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새로운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배임·횡령 혐의로부터 면죄부를 받았고, 매년 포브스가 발표하는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이건희 회장의 순위만 600위권에서 100위권으로 수직상승했을 뿐이다. 삼성특검 수사가 오히려 삼성의 골칫거리를 깨끗하게 해결해준 셈이다.

빌라 전세금의 출처가 ‘선대회장의 상속 차명재산’이라면, 도덕적 논란은 될 수 있어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계열사와는 무관한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이라는 삼성특검의 결론이 이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4년에 개정되기 전의 금융실명법에는 차명으로 거래한 실소유자(이건희 회장)와 명의대여인(김인 전 사장)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동영상은 2012년경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넘기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무엇보다 ‘차명재산 전부가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특검의 수사 결과가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경제개혁연대가 이미 입증한 바 있다.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중 상당 부분은 이병철 회장의 사후에 새롭게 조성된 것이다. 즉 1988년 9월 삼성생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주계열사였던 신세계와 제일제당(현 CJ)이 실권한 주식을 임직원 명의로 차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김인 전 사장 명의의 차명계좌도 그 연원을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삼성특검이 찾아낸 차명재산이 맞다고 하더라도, 왜 그것이 2014년 금융실명법 개정 전까지 계속 김인 전 사장 명의의 차명계좌로 존재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차명계좌의 대부분은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개설된 것이었고, 실명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이들 금융회사는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도 이건희 회장은 김인 전 사장 명의의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았다. 김인 전 사장이 자기 돈이라고 우기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와의 약속이 남았다.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에 이건희 회장은 삼성혁신안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차명재산은 세금납부 후에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1조원이 넘는 거액이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번 빌라 전세금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이 아닌 개인적 용도에, 그것도 추악한 불법적 용도에 차명재산을 사용한 것이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아버지의 업보를 그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깨끗하게 해소하기 바란다.

* 이 글은 경향신문 8월 2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