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로 경쟁하는 총선을

위평량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작성일시: 작성일2016-01-26   

새해 들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성과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경제민주화 성과 관련 참고자료’까지 배포했다. 정부·여당은 ‘80%로, 거의 다 실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폐기’나 ‘걸음마 단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초기 경제민주화 공약에 명시되지 않은 4개를 포함시키고 공정거래법 중심으로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2011~2012년 민주당에서 제기한 경제민주화 공약보다 대폭 축소되었고, 통과된 법도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도, 상법상의 다중대표소송제도 및 집중투표제 등 매우 핵심적인 과제가 제외되어 있기도 하다.

법제도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현실의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하나의 법제도는 다양한 다른 법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경제민주화의 실효성 달성 수준은 30%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경제민주화가 국민들의 ‘역대급 요망’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실효성 낮은 성과를 부풀리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법안의 국회 처리와 법조문 개정 과정을 충분히 지켜본 필자는 정부·여당의 피동적이고 수세적인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정부·여당 스스로 돌이켜본다면 결코 자랑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경제민주화 과제에 대해 정부·여당이 이토록 침소봉대와 왜곡을 한다면 야당은 이번 총선 국면에서 또다시 이를 핵심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보완할 뿐만 아니라 역량을 총동원해서 새로운 정책과제를 발굴해 제시하고 국민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여당과의 이러한 경쟁은 경제민주화의 범위를 확대시킬 것이고 국민에게도 득이 될 것이다. 다만, 2012년과 같이 허망하게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1897년 영국의 시드니 웹과 비어트리스 웹 부부로부터 시작된 경제민주화는 1928년 구체적으로 독일 일반노동조합동맹(ADGB)의 경제민주주의로 정착되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노사관계 및 사업장 민주화, 노동자 지향적인 사회복지정책, 사기업 횡포 방지, 노동자 대표 참여 보장 등으로 시작되어 변화를 거듭하였지만 그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정신 아래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경제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위계적 구조를 해소하는 것으로서, 집합독점과 같이 권력을 가진 모든 형태의 집단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고, 이는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범위가 매우 협소하고, 특히 현재 우리 산업현장의 양상, 모든 분야의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 정의롭지 못한 거래관행 등을 고려하면 ‘2016년의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어야 한다. 올바른 제도는 경제성과를 좌우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기존 주류경제학을 벗어나 경제성장의 새로운 단초를 암시한 신제도주의경제학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다.

결국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가치가 하위 법령에 얼마나 잘 반영되는지에 따라 우리 경제의 바람직한 발전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19일 대법원은 ‘대규모 유통업 영업시간 규제’는 적법하다며 헌법 제119조 제1항(자유경제)과 제2항(경제민주화)은 기본원칙과 실천원리로서 동등한 가치라 했다. 그간의 경제민주화 논란을 최종 정리한 매우 중요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1월 26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