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집중이 우려되는 2개 법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09-08-13   

한나라당은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지금은 그 절차상의 문제로 양 법 모두 적법성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가 두 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절차상 문제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양 법 모두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문제를 가속화시키는 법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통과된 방송법을 살펴보면 재벌은 지상파방송 지분의 10%, 그리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지분의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또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재벌은 은행뿐 아니라 은행지주회사 지분의 9%를 보유할 수 있고, 재벌의 사모투자펀드 출자지분이 단독으로 18%, 그리고 다른 재벌과 합쳐서 36% 이하이면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 지분의 9% 이상을 보유할 수 있다. 재벌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에 상한이 있고, 지상파의 경우 2012년까지 경영 참여가 금지되며,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여럿 마련돼 있기 때문에 경제력 집중문제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몇 가지 점에서 필자는 그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먼저, 이번에 통과된 법들은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 지상파방송과 은행에 대한 재벌의 경영권 취득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대통령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지분상한을 완화하는 등의 개정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집권 하반기로 가면 레임덕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이 때문에 이번 정권에서 개정안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에서 재벌이 갖고 있는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둘째, 은행과 방송의 경영권 취득을 허용한 근거 중 하나는 재벌이 은행 또는 방송을 경영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병폐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규제 장치들이 잘 갖춰져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규제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면밀히 감독하고, 위반했을 때 엄정하게 처벌하는 국가기관들의 법집행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의지를 의심케 하는 근거들은 여러 가지다. 예컨대, 모 행장은 무리하게 외형 확대를 추구하면서 탈법적인 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삼고, 차주의 신용등급을 근거 없이 임의로 상향조정했으며, 금융실명법을 위반하고, 자금세탁 혐의거래를 보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해당 행장에게 가장 경미한 징계 항목인 주의적 경고를 줬다. 재벌 앞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의지가 더욱 약해진다. 모 재벌의 비자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1200여개의 차명계좌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한 뒤 금융감독원은 올해 6월 주도적인 역할을 한 모 재벌 증권사에 대해 기관 경고의 경미한 징계를 내렸다.  


법원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을 분석한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배임 또는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기업의 지배주주와 이사 및 집행임원들의 경우,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비율이 무려 71.1%라고 한다. 설사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이들 기업범죄자들은 대통령 사면조치를 통해 또 다시 구제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개혁연대의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15 특별사면복권조치로 사면된 대기업 관련자 41명의 경우 평균 복역일수가 고작 4개월이었고 최종심 확정일로부터 사면조치까지 걸린 평균기간은 고작 1년 4개월이었다고 한다.  


성장보다 분배를 너무 중시하면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경제력 집중을 용인하고 이를 가속화시켜도 마찬가지 결과가 초래된다. 몇몇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은 정치인 포섭과 법제도의 왜곡을 촉진시켜 경쟁 기업의 진입과 혁신을 막아 결국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