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부위원장의 거짓말

김상조 |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작성일시: 작성일2009-01-09   
이창용 부위원장의 솔직한 답변

지금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이 순간에도 이 글을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는 중이다. 친소관계를 불문하고, 어떤 사람과 개인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까발리는 것은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의 신뢰를 갉아먹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과 관련된 이야기다. 연말연초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른바 MB 쟁점법안 중 하나인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이야기다. 작년 10월 17일(금) 이창용 부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며칠 전 금융위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서 그 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될 KBS 2TV 토론 프로그램(‘일요진단’)의 사전 녹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녹화를 마치고 둘이 커피를 한잔 같이 했다. 절친한 사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이 부위원장은 필자의 학교 1년 선배이고, 또 금융위 부위원장이 되기 전에도 금산분리나 출총제 등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필자가 솔직히 물었다. “이번 금산분리 완화 입법예고안 중 진짜 목표는 뭐냐? 어느 선에서 국회를 통과할 거라고 예상하느냐?”

이 부위원장이 의외로 솔직히 대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게 필자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다.) “이번 법안은 내가 만들었지만, 나도 100% 원안 그대로 통과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특히 PEF 관련 부분은 협상용 카드의 성격이 강하다. 대폭 수정 내지 폐기될 수도 있다.”

금산분리 완화의 중간 정거장 두 가지

그렇다. 결국은 PEF(사모투자전문회사) 관련 규제완화가 핵심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걸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다. 작년 10월 입법예고 이후 경제개혁연대가 수많은 논평과 의견서를 냈고 또 필자가 개별적으로 설명도 했지만, (대단히 죄송하게도) 아직까지 이걸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기자나 국회의원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TV 9시 뉴스의 1분 30초짜리 리포트나 종이신문의 5단짜리 기사로 다루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 기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들도 관심이 없다. 따라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번 금산분리 완화 법안의 쟁점은 세 가지다. 은행(및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소유규제와 관련하여, 첫째는 비금융주력자(즉 산업자본)의 정의를 완화하여 일정 요건을 갖춘 PEF·연기금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산업자본이 금융위의 승인 없이 소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비금융회사도 자회사로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세 번째 내용이다.

이 중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내용이다. 두 번째는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한다’는 내용으로, 세 번째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이재용씨로의 승계구도가 완성된다’는 내용으로…. 이 정도 내용이면 TV 뉴스에서 1분 30초 내에 리포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번 개정 법률안만으로 그런 우려가 현실화될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실 현행 은행법 하에서도, 4%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만 포기하면, 산업자본이 10%까지는 은행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소유는 물론 의결권 행사 한도도 10%까지로 늘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이 은행 주식을 10% 소유한다고 해서 계열사처럼 마음대로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제약을 고려하면,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은행 주식 10%를 취득하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을 쓸 재벌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삼성그룹이 보험지주회사를 만들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동시에 자회사로 지배하는 구도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경제개혁연대가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현재의 출자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회사분할과 주식교환 절차를 거치면, 큰 ‘금전적 비용’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러나 삼성그룹이 그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지불할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법률안에 심히 불만을 가진 삼성그룹이 정부여당에 추가적인 규제완화 로비를 하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산분리 완화 내용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현재적 위험이라기보다는 추가적인 규제완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도 ‘뜨뜨 미지근한’ 규제완화로는 별 실효성이 없으니, 경제살리기를 위해 또는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화끈하게 가보자’는 명분축적을 위한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작년 초 금융위가 발표한 3단계 은산분리 완화 일정에 따르면, 이번 개정 법률안에 담긴 1단계(PEF⋅연기금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정의 완화)와 2단계(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10% 상향조정) 이외에, 사전적 소유규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사후적 감독으로 전환하는 3단계가 예정되어 있다. 추가적인 규제완화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정부의 공식 일정이다.

또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문제에서는 금융자회사의 자산운용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 요구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삼성그룹이 보험지주회사를 만들어 삼성전자도 자회사로 지배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2%를 지배 목적의 투자가 아닌 포트폴리오 투자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지배는 하는데 지배가 아닌 걸로 봐달라는 것이 2007년 국감에서 심상정 전 의원이 공개한 「삼성 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2005.5)의 핵심 내용이고, 최근 불거진 삼성그룹의 추가적 규제완화 로비 의혹의 요체이다.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내용을 단지 입법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고, 그것도 (지금은 물 건너갔지만)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처리를 위해 금융위와의 사전협의 하에 자구수정을 거친 수정안을 다른 의원 이름으로 재발의(2008.12.24)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건대, 이번 금산분리 완화 법개정 논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PEF 규제완화, 현재적 위험

역시 중간 설명이 길어졌다. 그럼 다시 이창용 부위원장 이야기로 돌아가자. 왜 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첫 번째 내용이 핵심 포인트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이건 미래의 추가적 규제완화를 위한 중간 정거장이 아니라, 현재적 위험이다.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30%, 합쳐서 50%까지 출자한 PEF를 금융주력자로 인정하고, 이 PEF가 은행 주식을 10%를 넘어 100%까지 소유하는 것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건 말이 안된다.

PEF는 원래 부실기업을 ‘한시적으로’ 지배하여 구조조정한 후 ‘재매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수단이다.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민영화가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또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자본확충이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재벌이 30%에서 50%까지 출자한 PEF에게 ‘한시적으로’ 은행의 지배권을 넘기겠다는 발생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그 PEF가 5년 후에 은행 주식을 ‘재매각’할 때는 누구에게 떠넘길 것인가? 그때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3단계가 완료되어 있을 테니, 명실상부하게 재벌에게 넘기겠다는 것인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을 뉴브리지 캐피탈에 넘긴 것이,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넘긴 것이 한국 은행산업과 국민경제 전체에 어떤 대가를 요구했는가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외국계 PEF는 안된다고 하면서, 국내 산업자본이 30~50% 출자한 PEF는 괜찮다고 할 건가? 이건 말이 안된다.

또, 산업자본은 PEF에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 LP)으로만 참여할 뿐, 은행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할 텐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데, 조 단위의 돈을 쓸 산업자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한 산업자본이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 암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미국의 감독당국도 못하는 일을 우리나라 감독당국은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칠건가? 이건 말이 안된다.

결론적으로, PEF에 대한 규제완화는 재벌이 은행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길을 열어주는 현재적 위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창용 부위원장도 “PEF 관련 부분은 협상용 카드의 성격이 강하다. 대폭 수정 내지 폐기될 수도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이창용 부위원장의 사실왜곡

한편, 필자가 마음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창용 부위원장이 PEF와 관련해서 거짓말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이 부위원장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을 하였고, 그 논리를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요약하면, 전세계적으로 은산분리 규제가 가장 강하다는 미국에서도 최근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15%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였는데, 우리나라가 4%로 규제하는 것은 과잉규제이며, 따라서 이번 개정안처럼 10%로 상향조정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최근 금산분리 완화 주장의 가장 중요한 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확한 내용은 이렇다.

이 부위원장의 주장은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PEF에 대해 은행 지분 15%까지는 지배주주 지정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조치(2008.9.22, FRB Policy statement)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상기 FRB 조치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은산분리 규제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 연방 은행법 및 은행지주회사법 상의 은산분리 기준은 이중으로 되어 있다. 즉 지분율 5% 미만의 주주인 경우 (다른 반대 증거가 없는 한)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지분율이 25% 이상이면 (다른 반대 증거가 없는 한) 은행을 지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5∼25%의 지분율 구간에서는 지배주주 여부를 FRB가 재량적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12 U.S.C. §1841(a)(3)).

미국 FRB가 작년에 은행 소유규제와 관련해 그 기준을 변경한 것은, 위와 같은 연방 은행법 및 은행지주회사법 상의 규정이 아니라, 지분율이 5∼25%인 주주의 은행 경영에 대한 영향력 행사 여부를 FRB가 재량적으로 판단할 때 사용하는 지침(가이드라인)의 내용이다. 즉, 과거에는 지분율 10%를 기준으로 그 이하이면 약식조사만 하고 그 이상이면 해당 주주로부터 자세한 자료를 징구하여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던 것을, 이번에 그 기준을 지분율 15%로 상향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분율 15% 미만의 주주라고 해서 무조건 은행 경영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고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배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은행(또는 은행지주회사)에 당해 주주 이외의 지배주주(controlling company)가 존재해야 한다. 즉 이번에 FRB가 15%로 변경한 기준은 지배주주가 아닌 소수주주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그 지분율 15% 미만의 소수주주라고 하더라도,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거나, 이사회 의장 또는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거나, 은행의 업무⋅경영⋅전략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은행과 중요한 거래관계(material transaction)가 있는 경우에는 지배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다.

따라서 이상의 매우 제한적인 요건들을 감안할 때, 이번 FRB의 조치를 마치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 15%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소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한 것으로 설명하는 이창용 부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더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번에 금융위가 입법예고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편법으로 재발의한 개정안은 산업자본이 단독으로는 30%까지 그리고 모두 합하여 50%까지 출자한 PEF를 금융주력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그 PEF가 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 아니 은행 주식을 100% 완전소유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뜻인데, 이는 통상 은행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significant influence)을 행사할 수 없는 소수주주로서 지분율 15% 이내의 소유까지만 허용하겠다는 뜻을 담은 미국 FRB의 가이드라인 변경과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번 개정안에 따른 우리나라의 PEF는 미국에서는 여전히 금지 대상이다.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마시라

이번 여야간 합의에 따라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합의처리의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아마도 이번 1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정무위)에 안건상정된 이후, 공청회 등을 절차를 거쳐, 법안심사소위 → 상임위 → 법사위 → 본회의 등의 심의⋅표결 수순이 진행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심도 깊은 검토와 수정 작업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지만, 국회와 정부에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마시라. PEF에 대한 규제완화가 가지는 현재적 위험에 대해, 그리고 미국 FRB의 조치의 의미에 대해 거짓말은 하지 마시라. 특히 이창용 부위원장은 거짓말 하지 마시라. 작년 10월 17일 이 부원장이 필자에게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