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보고서는 정부와 여당이 ‘공정경제 3법’ 중 하나로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2020. 6. 11.자 입법예고, 공정거래위원회 공고 2020-84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동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영향을 받게 될 기업집단을 분석함.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범위 확대를 비롯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소유한 비금융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의 일부 강화(계열사간 합병시 의결권 행사 불가),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 소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신설, 상출집단 지정방식 변경,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음.
○ 먼저, 사익편취 규제범위 확대로 2020. 5. 1. 기준으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2,292개 중에서 598개 계열회사(약 26.1%)가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 이는 현재 규제대상인 210개 계열회사(약 9.2%)에서 388개 회사(직접 보유 30개, 간접 보유 358개)가 늘어나는 것임. 그러나 사익편취 규제는 규제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서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적용됨. 게다가 여전히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계열회사가 많아서 사각지대가 존재함.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많은 회사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개정된 지분율 요건에 해당하지 않도록 총수일가의 직접·간접 보유 지분을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할 수도 있음. 한편, 그간 현행 사익편취 규제조항의 한계로 가장 많이 지적된 부당성 요건,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규모’ 요건의 엄격함, ‘정상거래’의 입증 문제,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사유(긴급·효율·보안성)는 개정을 시도하지 않음. 따라서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지금과 동일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요컨대 단순히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일부 확대됐다고 해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움.
○ 상출집단의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비금융사 지분(보통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현행과 같은 상장회사에 대한 예외(임원의 선·해임, 정관 변경, 비계열사간 합병·영업양도에 대해서는 동일인 측과 합산해 15%까지 의결권 행사 가능)를 그대로 인정하되, 계열사간의 합병·영업양도에 대해서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함. 그러나 임원 선임, 정관 변경 등은 상장회사의 지배권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안건이므로,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움. 한편,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총수일가 지분은 낮고, 금융·보험사 지분은 높은 회사에서 규제의 실효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상출집단 내 계열회사 중에서 이러한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상장회사 중에서,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금융·보험사 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으로 영향을 받게 될 회사는 2020년 5월말 기준으로 에스원(동일인 측 의결권 2.4% 감소), 삼성전자(3.9% 감소, 공익법인(0.1%) 보유 의결권 제한 포함), 호텔신라(5.3% 감소) 이상 3개 회사에 불과함. 그런데 에스원, 삼성전자, 호텔신라는 현행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도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후의 동일인 측 지분율이 15% 내외에 불과함. 따라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동일인 측이 단독으로 합병이나 영업양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 따라서 3개 회사(에스원, 삼성전자, 호텔신라) 역시 공정거래법 개정안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님.
○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역시 금융·보험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같이 상장회사에 대한 예외를 그대로 인정하되, 계열사간의 합병·영업양도에 대해서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함.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공익법인이 지분(보통주)을 보유한 총 80개 회사에서 적용될 수 있음. 그러나 2020년 5월말 지분율을 기준으로 볼 때, 절반이 넘는 48개 회사는 의결권 감소 효과가 1% 미만으로 나타남. 의결권 감소 효과가 1% 이상 3% 미만인 회사가 24개, 3% 이상 5% 미만인 회사가 6개, 5% 이상 10% 미만인 회사가 1개, 10% 이상인 회사가 1개로 나타남.
○ 한편, 의결권 제한 전 동일인측 의결권이 50% 이상이지만,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으로 동일인측 지분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회사는 삼성생명보험(삼성, 상장),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현대중공업, 비상장), 포스코엠텍(포스코, 상장), E1(LS, 상장) 4개 회사이고, 의결권 제한 전 의결권이 합병결의에 필요한 66.7% 이상이지만, 의결권 제한 후 66.7% 미만으로 떨어지는 회사는 롯데역사(롯데, 비상장), 유미개발(영풍, 비상장) 2개 회사임. 그러나 삼성생명 등 4개 회사는 공익법인 지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 후에도 50%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고, 롯데역사 역시 66.7%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음. 결과적으로 현재 지분율 기준으로 볼 때, 상출집단 소속인 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 이외에, 상출집단 지정방식의 변경은 현행 기준(자산 10조원)보다 규제범위가 확대되지 않음.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상출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변경했으나, 부칙을 통해 개정안 시행 후 처음으로 GDP가 2,000조원을 초과한 해의 다음연도부터 적용되도록 함. 나아가 2,000조원의 0.5% 이상은 곧 10조원 이상이므로 상출집단 범위는 확대되지 않음. 또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은 기존 지주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규제의 불균형이 그대로 발생함.
○ 종합해 볼 때,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규모 기업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 전경련 등 일부 단체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으로 인해 투자 등의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그 근거도 비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 분석결과에 비추어 볼 때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앞으로 국회에서는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보다 실효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