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죄가 확정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이 선고 직후 자신이 이사로 등재된 모든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발표했고,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에 재선임되지 않는 방법으로 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재벌 총수일가가 연루된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여 주주가치 훼손의 가능성이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사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은 특경가법, 금융관계법령 및 각종 규제법령인데, 재벌범죄의 핵심인 특경가법 위반의 경우 동법 제14조의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는 취업제한 대상으로서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동법 시행령의 미비에 주로 기인한다. 즉 시행령은 공범 및 범죄수익자와 관련된 기업체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한 반면, 정작 범죄행위자가 직접 출자한 기업체 또는 범죄행위로 손해를 입은 기업체는 제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계열사에 피해를 끼치는 재벌범죄의 특수성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보고서는 특경가법을 위반한 재벌 총수일가에 대해 계열사에의 취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과, 취업제한 금지 규정 위반의 경우 법에 규정된 대로 처벌하도록 법무부 장관의 적극적인 집행 의지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영국의 ‘이사의 자격제한 법률’과 같이 중범죄를 저지른 또는 부실에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이사에 대해 일정 기간 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재벌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각 회사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므로, SK텔레콤의 사례와 같이 회사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의 이사 자격을 자동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