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이후 건설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회사의 재무위험은 모회사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쳐 더욱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본 보고서는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회사 중 대표적인 12개사의 최근 재무현황 및 자금조달 상황을 살펴보고 계열사로의 부실이전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분석대상 건설회사 중 다수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사실상 자금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유상증자, 영업양수, 자산매각, 자금대여, 담보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두산건설은 최근 3년간 계열사로부터 약 2조5천억원을 조달하였다. 즉 2010년에는 두산메카텍 합병, 2011년 유상증자로 1조원 이상을 조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또다시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 약 1조원을 추가로 지원 받은 것이다. 결국 두산건설의 부실은 모회사 두산중공업의 신용하락과 평가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라건설에 대한 만도의 지원은 그룹의 부실 확대 뿐 아니라 계열사 소액주주의 피해, 편법 의혹까지 받고 있다. 즉 만도의 100% 자회사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출자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및 상법 위반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마이스터의 한라건설 출자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요건에 해당하게 되자, 만도는 마이스터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였다. 이는 상호주 의결권제한 규정이 유한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법적 미비점을 악용한 것이다. STX건설과 극동건설은 건설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해체위기로 확장된 사례이다. STX 계열사들은 STX건설 보유 주식 매입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 핵심 계열사의 부실이 겹치며 대부분 계열사가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추진 중이다. 웅진그룹 역시 극동건설 인수 후 출자 및 자금대여, 연대보증 등 계열사 지원을 계속해왔으나 이는 웅진홀딩스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현재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에너지 등 대부분 계열사를 매각한 상태이다. 그 밖에 진흥기업, 남광토건의 부실 역시 모회사인 효성과 대한전선의 손실과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반면 SK건설, 롯데건설 등은 상대적으로 계열사에 의한 자금조달이 많지 않은 편이며, 대림산업은 오히려 또다른 건설계열사인 고려개발에 지속적으로 자금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분석대상인 대기업집단 건설 계열사의 부실이 모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위기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실 건설회사에 대한 계열사의 지원이 각종 편법, 불법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건설회사와 계열사 동반부실을 가져온 여러 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대기업집단 스스로 무분별한 계열사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사 부당지원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과 부실 건설사의 회생절차 방식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