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회사기회유용 규제 반대 주장에 대한 반박 보고서

작성일시: 작성일2006-12-21   
1. 지나친 규제로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은 이사의 책임에 관한 규율 중 충성의무(duty of loyalty)에 관한 규정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인 기업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해당하는 투자와는 무관한 내용임. 따라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사의 정상적인 (즉, 회사와 이해충돌이 없는) 투자 의사결정이나 경영 행위는 하등의 영향이 없음. 이러한 투자는 대부분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에 의해 보호받음.

□ 특히 재계가 제시하고 있는 투자 저해 사례들은 지극히 작위적인 것들로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기회 유용 금지 규정이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에의 사전고지(disclosure) 및 사전승인(approval) 등의 면책 절차를 거쳐 얼마든지 집행 가능한 경우들임.

□ 재계가 제시하는 또 다른 사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경영전략상 필요한 사업이전에 장애가 초래한다는 것임. 회사기회의 유용은 이사나 지배주주가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경우에만 해당됨. 따라서 전경련이 제시한 예에서처럼,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기업이 보유한 휴면 특허를 중소기업에 이전한 경우, 그 거래상대방이 이사나 지배주주가 상당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아닌 한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

2.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원칙은 애매한 개념?

□ 회사기회 유용 금지의 법리(Corporate Opportunity Doctrine)는 미국에서는 Guth v. Loft, Inc. 사건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발달되어 온 법리임.

□ 다만, 이를 판례로 적용함에 있어 어디까지를 ‘회사의 기회’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 주의 법원마다 일부 차이가 있을 따름임.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재계나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회사기회 유용 금지’라고 하는 법리 자체가 모호해서가 아니라, 회사법이 연방법(Federal Law)이 아닌 주법(State Law)으로 되어 있는 미국의 특성상 각 주의 상황에 따라 주 법원이 일부 원칙의 해석을 달리하는 것에 불과함.

□ 연방제 국가가 아니라서 법원 관할권의 문제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최종적인 기준을 제시할 것이므로 오히려 미국과 달리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것임.

3. 회사기회 유용 행위는 현행 상법의 충실의무 조항과 경업금지 조항만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 회사기회 유용 금지 규정의 신설 없이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이나 이사의 경업금지 조항으로 회사기회의 유용을 규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

□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영미법상의 충성의무 법리가 포괄적으로 발전되어 있지 않음. 둘째, 일반적인 충실의무 위반으로만 규율할 경우 피해구제(remedy)의 의미와 범위가 매우 협소해짐. 즉 부당이득의 반환(disgorgement)이 아닌 손해배상 책임에 한정됨. 셋째, 회사기회 유용과 관련된 손해액 자체의 산정이 어려움. 즉 소극적 손해의 인정 여부에 불확실성이 존재함. 넷째, 회사기회 유용 금지를 현행 상법 제397조의 경업금지와 비교할 때도 다음과 같은 요건의 차이가 있음.

4. 남소의 가능성 우려?

□ 상법에 주주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총 소제기 건수가 채 10건도 되지 못할 정도로 이사의 책임추궁 관련 소송은 전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함.

□ 절차법적으로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같은 증거개시제도(Discovery)가 마련되어 있지 않음. 더구나 회사기회 유용 금지 위반에 따른 주주대표소송은 승소 시 그 이익이 회사에 귀속될 뿐 원고에게는 직접적인 경제적 보상이 없기 때문에 소제기 유인이 낮아 남용될 위험이 거의 없는 유형의 소송임.

5. 회사법 외에 공정거래법, 세법, 형법 등으로도 충분히 규율 가능?

□ 재경부의 입장은 거래조건이나 내용이 제3자와 비교하여 차이가 없는 경우 ▲ 물량 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은 무상이전된 것이 아니라 그 물량을 처리한 당사자가 창출한 것이므로 ‘경제적 이익의 무상이전’에 해당하지 않으며, ▲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는 자신의 노력 없이 타인의 도움으로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것인데, 기업간의 정상적인 거래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임.

□ 형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의 하나인 손해 발생 여부와 그 금액의 산정에 어려움이 있음. 또한, 회사기회 유용의 다양한 사례를 죄형법정주의의 제한을 받는 형법상 배임죄로 단죄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

□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로 회사기회의 유용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현대자동차 등이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요건에 해당해야 함. 그 외에 가능한 규제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1호 후단의 계열사를 위한 차별취급 금지 조항인데, ‘물량 몰아주기’가 여기에 해당할지는 미지수임.

□ 보다 근본적으로는, 앞서 거론한 규제장치들은 설사 이것이 작동된다고 할지라도, 이사나 지배주주의 회사기회 유용으로 인해 발생한 회사의 손해를 전보해주는 것은 아님. 즉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제, 그리고 과세 등은 회사기회의 유용 행위를 억제(deterrence)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로부터 발생한 회사의 손해(궁극적으로는 외부 소액주주의 손해)를 보상(compensation)하는 효과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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