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경영권 방어수단 현황 및 그 함의: 과연 EU는 경영권 방어의 천국인가

작성일시: 작성일2008-10-12   
□ 흔히 EU 국가들의 경우, 거부권부 주식이나 복수의결권 주식 등을 법률과 증권거래소 자율규약을 통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왔음.

○ 그러나 이는 각 국가의 법체계에 경영권 방어수단을 허용 혹은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가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단편적인 이해일 뿐,

○ 실제 경영권 방어수단이 개별 국가의 실정법적 맥락에서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또 실제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반영하지 못한 반쪽자리 정보에 불과.

□ 따라서 EU 국가들의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이해는 ▲ 적대적 M&A에 대한 EU 차원의 움직임, ▲ 개별 국가의 관련 법체계(예컨대,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결정하는 기관, 이사회의 방어 행위를 규율하는 일반 법원칙의 존재 여부 등) 속에서의 종합적 이해, ▲ 그리고 개별기업 차원의 경영권 방어수단 사용 현황과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의 대응이라는 복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함.

○ 이런 관점에서 볼 때, EU 국가들의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이나 황금주, 혹은 거부권부 주식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의 사용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며, 또 경영진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은 상당부분 사실 왜곡이라고 할 수 있음.

□ 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음.

① EU 차원의 움직임

□ EU 차원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EU 회원국 간의 동등한 경쟁조건의 구축(level playing field)을 통한 적대적 M&A 활성화, 이를 통한 유럽 자본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공개매수와 관련된 EU지침을 제정함.

□ 공개매수와 관련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은 주주에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원칙(Shareholder Decision-making)과 공개매수 상황에서의 의결권은 현금흐름권에 비례하여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Proportionality Between risk-bearing capital and control) 하에

○ 복수의결권 등의 제한 원칙(Breakthrough Rule)과 이사회의 중립 의무 규정이 담긴 EU의 공개매수 지침을 제정. 각 회원국은 자발적 선택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를 각국의 법체계에 반영하고 있음.

□ 특히 그 중에서도 이사회의 중립 의무 조항은 이사회(혹은 지배주주)가 사적편익을 누리기 위해 회사나 소수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M&A 제안을 거절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

○ 즉 공개매수 제안이 들어왔을 때 미국처럼 이사회가 재량적 판단 하에 독약증권이나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해짐.

○ 이를 통해 EU 차원에서는 M&A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주주에게 귀속시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역으로 보면, 이사회의 중립 의무가 없고, M&A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주주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며, 이사의 충성의무(Duty of Loyalty) 등과 같은 법원칙이나 판례법이 발달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이나 독약증권을 허용할 경우 EU 국가들에 비해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

② EU 국가에서 경영권 방어수단의 실제 사용 현황

□ 경영권 방어수단의 사용 현황에 대한 EU 연구보고서의 조사 결과 복수의결권 주식을 비롯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사용하는 추세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

□ 조사대상 EU 16개국 464개 회사의 경영권 방어수단 채택 및 사용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조사대상 464개사 중 단 1개의 경영권 방어수단도 채택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모두 259개사로 전체의 55.82%에 이름.

○ 이는 미국 기업과는 달리 대부분의 유럽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수단을 채택하고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

□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에 상장한 기업의 경우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임.

○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에는 47.91%가 경영권 방어수단을 채택하고 있지 않은 반면, 최근 상장된 기업 중에는 71.9%가 이를 채택하고 있지 않았음.

○ 이는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설립연도가 오래된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는 EU에서도 경영권 방어수단을 새로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함.

□ 특히 현재 한국 정부가 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복수의결권 주식의 경우

○ 최근 2~3년 사이에 상장한 기업 중에서는 불과 12.42%(16개 국가 중에서는 3개국)만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음.

○ 대표적으로,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들의 80%가 채택할 정도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널리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경우에도 최근 상장된 기업 중에서는 11.11%만이 이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스웨덴에서조차 복수의결권 주식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또한 조사결과 기관투자가의 80%가 이러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저평가(Discount)한다고 답변했음.

○ 기관투자가의 72%가 이러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채택한 기업의 주식에 대해 1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한다고 함. (2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답변도 전체의 33%였음.)

○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할 때, 만약 한국 정부가 복수의결권 주식이나 황금주, 거부권부 주식 등을 도입한다면 이른바 Korea Discount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됨.

③ EU 개별국가들의 법체계

□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이의 남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한(restriction)을 두고 있음.

○ 먼저,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시 가중된 의결정족수에 따른 주총 승인을 요구하고 있음.

○ 주총 의결로 이사회에 신주발행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위임기간에 제한(덴마크⋅헝가리 5년, 프랑스 26개월, 아일랜드 1년)이 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주총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고,

○ 또한 적대적 M&A와 같은 공개매수 상황에서는 신주발행 권한이 이사회에 위임되어 있다 할지라도 다시 주총 승인을 받도록 하거나, 공개매수를 좌절할 목적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없도록 하는 이사회의 중립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 복수의결권을 가진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특별결의를 요하는 의안에 대해서는 1주당 1개의 의결권만을 허용하며,

○ 마지막으로, 각국의 일반적인 법원칙과 판례법에 따라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사적이익을 위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음.

④ 시사점

□ 미국에서는 독약증권(Poison Pill)의 발행이 이사회의 재량적 판단 권한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이유는 ▲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의 존재, ▲ 독약증권의 남용을 감시할 외부 기관투자가들의 존재, ▲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법부의 존재 등의 전제조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임.

□ 마찬가지로 EU 국가들에서 여러 경영권 방어수단이 존재함에도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이중 삼중의 통제장치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임.

□ 이러한 조건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독약증권이나 복수의결권 주식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은 그 순기능보다 폐해가 훨씬 더 클 것임.

○ 그리고 그 폐해는 일차적으로는 소수주주에게 전가될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살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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