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투자부진’론에 대한 검토 보고서

작성일시: 작성일2006-09-28   
○ 본 보고서는 삼성경제연구소(2006.9.13), 「설비투자에 관한 3大 논란과 평가」, CEO Information 제570호(이하 ‘검토대상 보고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이른바 설비투자 부진에 대한 재계의 주장에 담긴 일정한 오해와 왜곡을 정정하고자 작성되었다. 본 보고서가 검토대상 보고서의 분석, 진단, 대책 등을 모두 논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다만 객관적 자료를 통해 뒷받침되지 않는 과도한 해석과 주장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지적함으로써, 향후 건전한 토론과 조정의 장이 확대되기를 희망하여 작성되었다.

○ 최근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우려는 한편으로는, 현행 기업관련 규제, 특히 재벌규제에 대한 비판(이른바 ‘토종자본에 대한 역차별론’)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외환위기 이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에 대한 비판(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연결되어, 결론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규제완화 슬로건의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 그러나 최근 설비투자의 현황과 관련한 재계의 주장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일정한 정도의 오해와 왜곡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일방적 규제완화 압력으로 작용하여, 이에 따른 규율체계의 공백은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설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조건 없는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는 재계와 일부 정치권의 최근 분위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 검토대상 보고서는 “설비투자 부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상당한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설비투자 부진을 둘러싼 3대 논란’(투자부진 여부, 부문, 원인)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에 본 보고서 역시 검토대상 보고서가 정리한 이들 ‘3대 논란’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 한편, 검토대상 보고서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분석한 후, 그 결론으로서, ① 2만불 진입기의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최근 한국의 설비투자 부진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② 설비투자 부진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만의 현상이요 약 아니라, 대기업 부문 역시 일부 업종 및 우량대기업을 제외하면 마찬가지이고, ③ ‘경기요인’과 기업의 경영행태 변화에 따른 ‘경영요인’이 설비투자 부진의 양대 요인으로서, 경기가 호전되면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 본 보고서의 분석 결과, 최근 설비투자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과잉투자의 비판 소지를 안고 있는 90년대의 설비투자 추이에 그 비교 기준을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는 자칫 무리한 경기부양 내지 무조건적 규제완화로 이어져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최근 투자 문제의 심각성은, 평균 투자율의 저하에 못지않게, 기업규모별·산업별 투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계열분리 이전을 기준으로 한) 8대 그룹의 투자 비중은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하였다. 따라서 향후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 논의는 대-중소기업간·산업간 연관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투자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이른바 trickle-down effect가 21세기 한국경제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책방향인가에 대해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 또한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근본 원인을 경영환경 악화(이른바 반기업적 환경)에 두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개혁의 성과를 후퇴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기업에 대한 건전한 규율체계를 생성·발전시키는 장기적 과제를 단기적 관점에 의해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안이 설비투자와 관련한 왜곡된 주장에 의해 변질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현실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이해는 상이한 의견을 조정하여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적 과정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재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한 객관적 검증 및 대안제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 상황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주요 경제현안을 다루는 재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경제현실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대안모색을 위한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기여하고자 한다.